Home FEATURED[포커스 온] 람보르기니로 글로벌 레이스에 도전장을 던진 토종 레이싱팀, 레이스 그래프

[포커스 온] 람보르기니로 글로벌 레이스에 도전장을 던진 토종 레이싱팀, 레이스 그래프

by Kwang Sun Lee

우렁찬 굉음과 함께 서킷을 질주하는 람보르기니 차량에 새겨진 ‘대한민국’이라는 선명한 글자가 눈에 띈다.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우라칸 EVO2 단일 차종으로 치러지는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이하 LSTA)’ 시리즈에 출전하고 있는 토종 레이싱 팀 ‘레이스 그래프’의 차량이 굴지의 글로벌 레이싱팀과 어깨를 견주며 승부를 펼쳐 보이는 장면이다.

레이스 그래프가 LSTA에 첫 데뷔전을 치른 건 2023년이었다. PRO-AM클래스에 출사표를 던지며 세팡에서 펼쳐진 첫 라운드에 2차 레이스에서 통합 부문 5위, PRO-AM클래스 3위로 포디엄 피니시를 차지해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이후 2라운드부터 통합 10위 언저리를 맴돌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해야만 했다.

험난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경쟁에서 좌절할 법도 했지만 레이스 그래프의 조순호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는 람보르기니 분당의 지원을 받아 출전 차량을 한 대 추가했으며, 우리나라 드라이버인 이정우를 기용해 PRO클래스에 도전장을 던지기까지 했다.

국내 대회인 슈퍼레이스에 동시 출전하는 이정우는 1라운드와 5라운드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포인트 경쟁에서 뒤쳐졌지만, 레이스 그래프는 팀 챔피언십에서 총 100포인트를 얻으며 당당히 3위에 올라 기술력과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PRO-AM클래스에 출전하며 종합 2위를 석권한 SQDA 그릿 모터스포트는 팀 챔피언십에서 57포인트로 6위에 그쳤다.

이러한 도전과 성장을 인정받은 레이스 그래프는 이번 2026년에 규모를 한층 확대하여 총 4대의 차량을 출전시켰다. 람보르기니 분당에 더해 람보르기니 부산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덕분이다. LSTA에서 가장 치열하고 정상급 클래스인 PRO클래스에서 레이스 그래프는 올해 최고 성적 2위를 차지하며 시즌 챔피언을 노리고 있다.

고가의 차량을 자비로 구입해 모터스포츠에 도전할 결정을 내린 조순호 대표는 국내외 모터스포츠에서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쌓아왔으며, 더 큰 무대에서 레이스 활동을 펼치고 싶은 욕심에 팀을 창단했다. 레이스 엔지니어링 컨설턴트라는 의미를 담아 팀 명을 ‘레이스 그래프(Race Graph)’라 명명했다는 조순호 대표는 TCR, 까레라 컵 등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고, 엔지니어로 참가할 수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직접 차량을 사서 해외 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차만 갖고 있었을 뿐 아직 초보자에 불과했던 레이스 그래프에 손을 내민 드라이버는 없었다. 선수가 없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던 조순호 대표는 과감하게 람보르기니 총괄 대표에게 메일을 보냈고, 다행히 이에 대한 응답이 돌아오면서 람보르기니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지금까지 운영을 이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람보르기니 시리즈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진 레이스 시합이란 점에서 차이점이 있으며, 이런 대회에 출전함으로써 아시아를 넘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 목표”라고 LSTA 출전의 배경을 밝힌 조 대표는 람보르기니 차량의 내구성이 다른 차량들보다 높고, 본사에서 테크니컬 지원과 함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 대회의 차별성을 말하고 있다. 사고가 나더라도 빠르게 스페어 파츠 지원이 가능해서 다음 시합에 문제없이 참가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지금의 성적을 내기까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아시아 뿐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 내노라하는 프로급 드라이버들과 경쟁하는 LSTA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드라이버의 기량과 팀 기술력이 모두 중요했다. 팀 참가 4년차를 맞이하면서 데이터와 셋업의 기반이 확보됐고, 4대로 늘어난 차량은 더욱 양질의 데이터 축적을 가능케 했다. 대한민국의 국적을 걸고 대회에 참가한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무엇보다 젊은 드라이버들이 발전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더 큰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올 시즌 지금까지의 성과로 미루어 볼 때, PRO클래스 시즌 상위권 진입은 크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더 높은 클래스와 더 큰 무대 진출을 바라보고 있는 레이스 그래프는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관계자와 선수들과 접촉하며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경쟁력을 가진 다른 팀들과 꾸준히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포뮬러 진출이 목표다. 우리나라 어린 드라이버들이 카트를 거쳐 나아갈 방향은 결국 포뮬러라고 생각하고, 글로벌 무대 진출을 위한 경험을 쌓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과정을 마련하는 것이 나의 바램이다.”라면서 팀의 청사진을 설명하는 조 대표는 내년 시즌부터 LSTA가 테메라리오 차량으로 전환되더라도 지금 구입한 차량을 다른 챔피언십에 활용할 생각이라며 구상을 내비쳤다. GT3컵 등을 비롯한 선택지가 많아 가장 적합한 대회를 검토 중이라는 레이스 그래프의 또 다른 고민은 역시나 재정적 후원이다.

“팀 여건상 국내 노출이 많지 않다보니 협력사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해외 출장이 많기 때문에 팀원들의 숙식이나 물류 등에서도 부담이 적지 않지만,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이라면 유니폼과 정비 공구, 피트 셋업을 위한 장비를 들 수 있다.”라로 고충을 털어놓으면서도 최근 레이스 그래프의 활약상을 알아보고 응원해 주는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뿌듯하다며 활짝 웃어 보인다. 앞서 3번의 라운드와 달리 이번 인제스피디움에서 펼쳐진 시합에 팀 차량 리버리로 ‘안녕하세요’라고 문구를 새긴 이유는 그런 팬들에 대한 작은 화답이었다.

올 시즌 레이스 그래프는 람보르기니 분당과 람보르기니 부산의 후원 아래 PRO클래스에 2대, 람보르기니 컵 클래스에 2대를 출전시켰다. 이번 홈 그라운드 경기에선 F4 US 챔피언십 출신의 배럿 볼프를 내세우며 우승을 노렸지만 아쉽게 통합 5위와 4위로 두 번의 결승을 마쳤다.

그러나 PRO클래스 상위권에서 포디엄에 자주 오르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를 기반으로 총 6라운드 중 4라운드를 마친 현재 레이스 그래프는 총 65포인트를 얻으며 배트모바일 레이싱(113점)과 빈센초 소스피리 레이싱(105점)에 이어 팀 챔피언십 종합 3위에 자리 잡고 있다. 아직 5년도 채 되지 않은 레이스 그래프가 오랜 역사와 여러 부문에서 챔피언을 배출해 온 명문 레이싱팀과 나란히 경쟁을 펼치는 모습에 기대감을 가지면서, 언젠가 포디엄 최정상에 올라서게 될 그날이 오기를 기원해본다.

글 이광선 | 사진 정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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