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8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L=3.908㎞)에서 펼쳐진 ‘2026 오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이하 슈퍼레이스)’의 대표 종목인 토요타 가주 레이싱 6000클래스(이하 6000클래스)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포디엄에 올라선 이창욱(금호 SLM), 황진우(준피티드 레이싱), 이정우(금호 SLM) 3명의 드라이버였지만,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어도 눈길을 끈 드라이버가 있었다.
올 해 처음 6000클래스 데뷔해 단 4경기 만에 4위로 피니시하며 급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찬스레이싱 by NH투자증권’의 마이키 조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필리핀계 미국인으로 카트와 래디컬 등 다양한 모터스포츠 경험을 토대로 출사표를 던진 마이키 조던의 1라운드 성적은 15명 중 11위로 실망스러웠지만, 바로 이튿날인 2라운드에선 9위로 피니시하며 첫 포인트 피니시를 성취하는 모습으로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4라운드는 마이키 조던의 무대였다. 평소 동경하던 F1과 내구레이스에서 상징적인 시합이 나이트레이스로 열리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던 조던은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매우 기대감을 내비쳤으며, 비록 시야도 좁아지고 집중력을 요구해야 했지만 그런 어려움이 더욱 더 도전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19개 코너와 40m의 고저차로 난이도 높은 인제스피디움에서 펼쳐진 4라운드는 극한의 시험장이었다. 일평균 147㎜의 호우가 쏟아지며 첫 웨트타이어로 시합을 치러야 했지만, 고국인 필리핀에서 빗 속의 레이스는 차고 넘칠만큼 치러본 마이키 조던에게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며 1차 예선 결과 1분 48.315초를 기록하며 5위로 Q2에 진출했다. 시즌 처음으로 Q1 상위 10명에 포함된 마이키는 2차 예선에서도 1분 47.714초의 랩타임으로 6그리드에 자리잡으며 팀 메이트인 김화랑보다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 경험하는 나이트레이스가 두려울 법도 했지만 마이키 조던에겐 이 또한 어렵지 않은 도전이었다. 필리핀에서 12시간 내구레이스와 파이크 피크에서 열리는 힐 클라임 대회를 통해 이미 야간 레이스 경험을 갖췄고, 특히나 변변한 조명 시설 없이 산길에서 달려야 하는 힐 클라임 대회에서 헤드라이트와 코스에 대한 기억력에 의존해 시합을 치렀던 것에 비한다면 인제 서킷에서의 나이트레이스는 난이도가 훨씬 낮은 편이었다.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에서 열린 3라운드에서 피트 스탑과 언더컷 전략을 통해 상위권 진입을 노렸지만 아쉽게도 브레이크 트러블로 인해 10위에 그치고 말았던 마이키는 이번 시합을 위해 더욱 철저히 준비했다. “차량 영상과 데이터를 분석하고, 브레이킹 포인트를 완벽하게 숙지하는 게 우선이다. 시야가 제한되기에 눈으로 보이는 것에 의존하지 않도록 기억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결승에 임한 그는 46분 43.228초만에 24랩 93.792㎞를 완주하며 네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쾌거를 이뤘다. 팀 창단 이래 최고의 성적이었으며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인 금호SLM의 이정우와 6.133초 차이에 불과해 다가오는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의 시합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결과였다.
단 네 경기만에 포디엄에 바짝 다가선 필리핀 드라이버를 응원하는 팬들도 늘어났다. 경기장을 찾은 어린이 팬을 만나고 그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힘이 난다는 마이키는 지난 3라운드에서 고국의 동포를 만나기도 했다. 화물선에서 일한다는 10여명의 필리핀 선원들이 경기장을 찾아와 그리드워크에서 응원을 보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거라며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팬들은 역시 가족이었다. 레이싱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아버지는 매 훈련과 시합을 마치고 나면 직접 영상을 모니터링 하고 아들에게 피드백을 전해준다. 운전 스타일과 주행 라인, 개선할 점을 짚어주는 아버지는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로 팀원들과의 협력, 겸손과 발전을 위해 멈추지 말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위험한 스포츠에 도전하는 아들을 늘 걱정하는 어머니를 비롯해 먼 포클랜드 제도에서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날아온 사촌 형제들도 큰 힘이 되어준다. 그리드워크 이벤트에서 직접 팬들과 소통하고, 마이키의 매니저를 자처하며 든든한 지원을 보내준 덕분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함께 자라온 친형이 매니저란 점이 무엇보다 큰 버팀목이다. 때로 생각하는 바를 설명할 시간도 아까울 때가 있는데 내 형은 눈빛 만으로도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해준다.”라면서 가족의 힘을 강조하는 마이키는 “유일한 단점이라면 우리 둘이 있을 때도 레이싱 이야기 밖에 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서로 레이싱을 좋아하기 때문에 언제나 차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감사하는 마음을 대신 전했다.
마이키 조던의 도전은 이제 궤도에 올라섰다. 6000클래스 스톡카에 적응을 넘어 국내 3개 서킷에서의 경험을 마친 마이키의 다음 행보는 포디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팀 워크와 가족, 그리고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우승으로 보답하는 그 날까지 질주를 이어갈 것이다.

글 이광선 | 사진 정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