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HEADLINES현대차와 토요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2026 WRC’ 최종전 참가 여부 불투명

현대차와 토요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2026 WRC’ 최종전 참가 여부 불투명

by Jaehui Lee

‘월드 랠리 챔피언십(이하 WRC)’을 대표하는 양대 제조사인 토요타 가주 레이싱과 현대 쉘 모비스 WRT가 시즌 최종전인 사우디아라비아 랠리에 참가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면서 모터스포츠계에 거대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두 매뉴팩처러 팀은 최근 발생한 심각한 물류 및 지정학적 제약과 운송 일정의 불가항력적 문제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 현지로 차량과 필수 장비를 기한 내에 수송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두 팀은 국제자동차연맹(FIA)에 정식으로 탄원서를 제출하고 현재의 긴급 상황에 대한 대책과 규정 적용에 대한 유권 해석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발단은 시즌 후반부의 살인적인 글로벌 일정과 대륙 간 해상 및 항공 운송망의 연쇄적인 지연 사태에서 비롯되었다. 유럽과 남미, 아시아를 숨 가쁘게 오가는 캘린더 속에서 각 팀의 차량과 파츠, 그리고 서비스 파크 인프라를 운송하는 주요 물류 경로가 예기치 못한 혼란을 겪었다. 특히 수에즈 운하를 비롯한 중동 인근 주요 해상 항로의 정체와 보안 위험 증가로 인해 선적 일정이 수 주 이상 지연되었고, 이는 토요타와 현대 양측의 핵심 레이스 장비가 사우디아라비아 항구에 제시간에 도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양 사는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면서 긴급 항공 화물 수송 방안까지 다각도로 검토했으나, WRC 랠리카와 하이브리드 배터리 장비의 특수성으로 인해 항공 운송 허가와 탑재 용량 확보에 한계가 드러났다. 리튬 이온 배터리를 비롯한 고전압 부품의 항공 운송 규제는 매우 까다로우며, 수십 톤에 달하는 지원 장비를 단기간에 현지로 공수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과적으로 두 팀 모두 현지 서비스 파크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기술적, 물리적 인프라를 전혀 갖출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셧다운 상태에 직면했다.

이러한 물류 대란은 챔피언십 타이틀 경쟁이 절정에 달한 최종전을 앞두고 터져 나왔다는 점에서 팬들과 관계자들의 충격을 더욱 키우고 있다. 매뉴팩처러 타이틀뿐만 아니라 드라이버 포인트 경쟁에서도 한 치의 양보 없는 접전을 벌이고 있던 토요타와 현대는 이번 불참 사태로 인해 한 시즌 동안 쌓아 올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특히 두 팀이 모두 빠진 상태에서 경기가 치러질 경우, 챔피언십의 공정성과 정통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토요타와 현대는 FIA에 제출한 서한을 통해 이번 사태가 개별 팀의 귀책 사유가 아닌 불가항력적인 글로벌 물류 붕괴로 인한 것임을 명확히 강조했다. 양 팀은 규정상 명시된 불가항력 조항을 적용하여 최종전의 점수 배점 체계를 재조정하거나, 랠리 일정 자체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조치 없이 대회가 강행된다면, 제조사 챔피언십 타이틀뿐만 아니라 드라이버 챔피언십 경쟁에서도 극단적인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FIA 측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사우디아라비아 랠리 조직위원회 및 WRC 프로모터와 함께 긴급 대책 회의를 소집했다. 규정상 참가 신청을 한 매뉴팩처러가 특정 라운드에 불참할 경우 막대한 벌금과 포인트 몰수 등의 제재가 뒤따를 수 있으나, 이번 사안은 전 세계적인 물류 공급망 이슈가 얽혀 있어 단순 징계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최종전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 또한 현지 주최 측의 막대한 투자와 방송 중계권 계약이 얽혀 있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는 WRC 캘린더가 14개 라운드로 확장되면서 글로벌 물류의 한계선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현실화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럽을 벗어나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을 단기간에 이동하는 빡빡한 일정은 사소한 운송 차질만으로도 전체 챔피언십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토요타와 현대라는 최상위 클래스의 핵심 축이 동시에 멈춰 서게 된 이번 사건은 향후 캘린더 구성과 물류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함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 랠리의 운명과 시즌 최종 챔피언십의 향방은 FIA 세계 모터스포츠 평의회의 최종 결정에 전적으로 달려 있게 되었다. 두 거대 제조사가 빠진 채 잔여 팀들만으로 파행 운영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전격적인 일정 연기나 규정 수정을 통해 공정성을 담보할 것인지를 두고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모터스포츠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이번 파행 위기 속에서, 글로벌 랠리 무대는 사상 최악의 혼란과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글 이재희 | 사진 정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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