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FEATURED[포커스 온] 글로벌 드라이버를 목표로 발돋움하는 국가대표 드라이버 김영찬

[포커스 온] 글로벌 드라이버를 목표로 발돋움하는 국가대표 드라이버 김영찬

by Kwang Sun Lee

지난 5월 8일은 드라이버 김영찬(DCT Racing)에게 매우 의미있는 하루였다. 오는 9월 개최 예정인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포함된 e스포츠 종목 ‘그란 투리스모 7’의 국가대표로 최종 선발된 날이었으며, 동시에 ‘FIA WEC(World Endurance Championship)’에 출전하는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에서 창단한 이스포츠팀 GMR Esports의 멤버로 발탁되었다는 기사가 나오며 하루 종일 관계자들의 축하로 바쁜 날을 보냈다.

“어릴 적 꿈이었던 실제 프로 레이싱 무대에서 뛸 수 있게 해 준 발판이 레이싱 시뮬레이션이었고, 이제 다시 시뮬레이션 선수로 돌아감과 동시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로 임하는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메달을 획득할 수 있게 연습에 매진하고 노력하겠다.”면서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 김영찬은 이어진 9일 진행된 그란 투리스모 eN1클래스(이하 eN1클래스) 1라운드 예선에서 또 한번 이슈를 몰고 왔다. 1분 56.902초의 랩타임으로 2026년 첫 폴포지션을 쟁취함과 동시에 eN1클래스 최초로 57초의 벽을 깨고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랩 레코드를 갱신하면서 유력한 시즌 챔피언으로서의 면모를 입증해 보였다.

유독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결과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김영찬은 지난 2024년 5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숏코스(L=2.538㎞)에서 1분 7.689초의 랩 레코드를 수립했고, 그 다음달인 6월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 상설코스(L=3.045㎞)에서 수립한 랩 레코드(1:11.299) 또한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오는 6월 예정된 ‘현대N페스티벌’ 2라운드에서 본인의 랩 레코드를 갱신하고 싶다는 김영찬은 내친 김에 이창욱(금호 SLM)이 수립한 인제스피디움(L=3.908㎞)의 랩 레코드(1:40.187) 또한 자신의 이름으로 갈아치우며 국내 전 서킷의 eN1클래스 랩 레코드를 차지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2025년 ‘현대N페스티벌’ 금호N1클래스 시즌 챔피언 김영찬은 시작부터 모터스포츠 드라이버였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동차를 좋아하던 청소년이 부모님으로부터 선물받은 게임용 스티어링 휠을 계기로 본격적인 레이싱 게임을 통해 모터스포츠를 즐기기 시작했고, 조금씩 실력을 키워나가던 차에 2017년 ‘KARA 카트 챔피언십’에 16살의 나이로 루키클래스에 참가한 바 있었으나 총 6명 중 5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마치면서 더 이상의 커리어를 이어 나가진 못했다.

그러나 한 번 맛을 본 모터스포츠의 세계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었다. 여러 심레이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이름을 알리고 있던 김영찬은 실제 레이싱에 대한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고, 게임 내 우수한 유저들을 실제 선수로 육성한다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노력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꾸준히 노력하던 김영찬은 2019년 ‘현대N페스티벌’ 벨로스터컵 챌린지 4라운드에 출전 기회를 얻었고, 인제스피디움에서 펼쳐진 첫 데뷔전에서 15랩을 31분 39.381초만에 주파하며 31명의 참가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거머쥐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예사롭지 않은 루키로 눈도장 찍은 김영찬의 본격적인 모터스포츠 커리어는 2021년부터 시작됐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의 GT-1클래스에 2년간 참가하면서 12번의 시합 중 8번 포인트 피니시를 거둔 데 이어 2021년 7라운드에선 정경훈, 이창욱 등과 같은 쟁쟁한 베테랑 드라이버들과 겨룬 끝에 3위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2022년부터는 첫 우승의 감격을 알게 해 준 ‘현대N페스티벌’의 최상위 클래스인 ‘아반떼N컵 프로클래스’에도 병행 참가하며 드라이버로서 바쁜 행보를 이어나갔다. 지금의 소속팀인 DCT Racing에서 같은 심레이싱 출신 김규민과 함께 출전한 김영찬은 첫 경기부터 2위로 포디엄 피니시를 장식하며 다크호스의 등장을 알렸다.

심레이싱 출신 선수들에 대해 “시뮬레이션 드라이버들은 적응력이 정말 빠르다. 새로운 카테고리에 늦게 들어왔다고 해서 만만히 봐선 안될 상대들이고, 심레이싱 내에서 다양한 레이스 배틀 상황의 경험을 충분히 쌓은 만큼 더 재미있고 멋진 배틀을 보여줄 능력들을 갖고 있다.”라며 자부심을 내세우는 김영찬의 커리어는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총 31번의 시합에 참가하며 8번의 우승을 포함해 총 15번의 포디엄 피니시를 거두었고, 5번의 폴 포지션 중 4번을 폴투윈으로 이어가며 경기 운영 능력 또한 출중한 드라이버로서 자리 잡았다. 2023년과 2024년 모두 종합 2위로 아쉽게 마무리했던 김영찬은 지난 2025년 총 99포인트로 팀 메이트 김규민을 6점차로 따돌리며 생애 첫 시즌 챔피언의 영광을 안았다.

그토록 바랬던 ‘현대N페스티벌’ N1클래스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지만 김영찬은 만족스러울 수 없었다. 같은 시즌 중 병행 출전한 그란 투리스모 eN1클래스에서 금호 SLM의 듀오에게 가로막히며 기대했던 더블 챔피언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N1클래스 출전을 양보하고 eN1클래스에만 출사표를 던진 김영찬은 “선수라면 누구나 시즌 챔피언을 당연히 목표로 삼는다. 지난 시즌에 3위로 마무리해서 좀 아쉬움이 남았고, 후반부에 보여준 퍼포먼스에 비해 레이스 중 배터리 운영이 부족했던 점이 있었기에 올 해는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준비해 꼭 챔피언을 노려볼 생각이다.”라고 각오를 밝히고 있다.

심레이싱을 통해 축적한 다양한 경험을 기반으로 섣부른 판단을 앞세우지 않고 기회를 기다리는 꾸준함과 침착한 경기 운영이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 된 본인의 장점이라며, 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한번에 추월해 낼 수 있는 배틀 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을 내세우는 김영찬은 eN1클래스에서만 적용되는 NGB 모드에 대한 적응이 올 시즌 관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시뮬레이션이나 내연기관 레이스에선 경험할 수 없는 전기차 만의 특성 때문에 연습이나 적응이 어려운 만큼, 사용 가능한 NGB 횟수와 시간을 빠르게 계산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구상함으로써 더 좋은 레이스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면 시즌 챔피언도 가능할 것이라 기대를 내비쳤다.

2026년의 시즌은 여전히 김영찬에게 도전의 시간이다. 금호 SLM의 장벽은 여전히 만만치 않았고, 신생 팀 MIK Racing의 이름으로 참가한 심레이싱 출신 한재희의 활약 또한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게 할 만큼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2025년 7대의 차량과 겨뤘던 eN1클래스는 이제 12명의 베테랑들과 더욱 치열한 승부로 기량을 겨뤄야만 한다. 챔피언으로 가는 길이 더 좁고 험난해 졌지만 김영찬에게는 이 또한 거쳐가는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5월 14일부터 17일까지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개최되는 ‘2026 뉘르부르크링 24시(2026 ADAC 24 Hours of Nürburgring)’ SP4T클래스에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참가하게 된 김영찬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이는 큰 내구레이스 시리즈에 참여하게 되서 기쁘고, 궁극적으로 이 큰 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드라이버로 성장하고 싶다.”면서 가슴에 품고 있는 더 높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올 해로 25살인 김영찬에게 주어진 굵직한 세계 대회의 출전 기회는 본인 뿐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의 모터스포츠 드라이버를 꿈꾸는 레이싱 꿈나무들과 심레이싱에서 포부를 키우고 있는 게이머들에게 유의미한 롤모델로서 가치를 지니고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국가대표와 ‘2026 뉘르부르크링 24시’ 출전에 대한 무게감에 굴하지 않고 기꺼이 도전을 받아 들이며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김영찬이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포디엄에 올라 태극기를 휘날리게 될 그 날을 기다려본다.

글 이광선 | 사진 정인성 기자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