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오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이하 슈퍼레이스)’의 최상위 클래스인 ‘토요타 가주 레이싱 6000클래스(이하 6000클래스)’ 4라운드에서 디펜딩 챔피언 이창욱(금호 SLM)이 완벽한 폴투피니시로 46분 19.684초동안 24랩을 완주해내며 시즌 챔피언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인제스피디움(L=3.908㎞)에서 7월 18일(토) 개최된 슈퍼레이스는 시즌 첫 나이트레이스이자 ‘강원 국제 모터 페스타’라는 부제와 함께 개최됐다. 6000클래스 예선이 진행된 18일 오전은 호우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많은 양의 비가 내렸으나, 시합이 치러지기에 앞서 빗줄기가 약해지면서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그러나, 비로 인해 젖은 노면의 온도는 25℃까지 떨어졌고 쉽사리 열이 오르지 못한 타이어로 인해 드라이버들은 타임 어택을 시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1차 예선에서 이창욱이 먼저 1분 44.708초의 기록으로 최상위에 이름을 올렸고, 이정우(금호 SLM)와 황진우(준피티드 레이싱)가 각기 뒤를 따르며 순위표를 채워나갔다. 필리핀 출신으로 수중전에 더없이 익숙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마이키 조던(찬스레이싱 by NH투자증권)이 1분 48.315초의 랩타임으로 4위에 올라섰고, 뒤따라 김화랑(찬스레이싱 by NH투자증권)도 1분 48.384초의 기록으로 5위에 자리 잡았다.
일찌감치 Q2 진출권을 확보한 이창욱, 이정우, 황진우는 5분여를 남겨두고 피트인하며 타이어를 아껴두는 모습이었고, 넥센타이어의 선두 주자격인 장현진(서한GP)은 최선을 다해 랩타임 단축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1분 49.523초에 그치며 8위 이상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레인 타이어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던 헨쟌 료마(오네레이싱), 손인영(드림레이서 모터스포츠), 임민진(준피티드 레이싱), 정경훈(서한GP), 박석찬(드림레이서 모터스포츠)이 Q2의 허들을 넘지 못하고 예선을 마쳐야 했다.
금호타이어를 사용하는 팀과 예선 기록 차이에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느낀 장현진은 2차 예선에서 도박수를 꺼냈다. 앞서 Q1이 진행되면서 노면이 어느 정도 말랐을거라 생각하고 유일하게 슬릭 타이어로 교체해 코스에 들어선 장현진은 10분 동안 조금이라도 앞쪽 그리드에 서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아직 노면의 물기가 충분히 빠지지 않으면서 모처럼의 승부수는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Q1과 동일하게 웨트타이어로 Q2에 들어간 이창욱은 1분 44.241초의 랩타임을 만들어놓고 곧바로 피트로 향했다. 장현진이 드라이타이어로 예선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찬가지로 드라이타이어로 교체하고 타임어택을 시도하기 위한 조치였고, 팀 메이트 이정우 또한 1분 44.241의 랩타임을 찍자 마자 서둘러 피트 인하며 상대 팀의 전략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1분 44.495초의 랩타임으로 2그리드를 예약한 황진우는 추가적인 액션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직 노면이 드라이타이어에 적합하지 않다는 듯한 태도는, 타이어를 교체한 이창욱이 곧바로 1코너에서 미끄러지며 코스를 이탈하는 것으로 입증될 수 있었고 그나마 웨트타이어로 만들어 둔 기록 덕분이 이창욱은 폴 시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드라이타이어라는 방법으로 모험에 도전했던 장현진은 예선 종료 직전 1분 47.019초의 기록으로 간신히 5그리드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개인통산 15번째 폴 포지션을 차지하며 우승의 조건을 갖춘 이창욱은 18일(토) 밤에 치러진 결승에서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산 넘어로 해가 저물었지만 노면온도는 23℃를 유지하고 있었고, 앞서 진행된 GT클래스로 인해 노면의 물기도 어느 정도 날아간 상태에서 진행된 6000클래스 결승은 다소 조심스러운 스타팅을 보여줬다.
GT클래스의 스타트에서 큰 사고가 나면서 드라이버들이 무리한 배틀을 삼가하면서 초반 순위에는 큰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폴 시터 이창욱이 선두로 리드하면서 황진우, 이정우가 뒤를 쫓았고, 6그리드에서 출발한 마이키 조던이 4그리드로 올라선 것이 눈에 띄었다.
뒤따라 정의철(오네레이싱)이 5위로 올라섰고, 장현진이 오히려 8위로 내려앉으며 결승에서도 힘겨운 행보를 이어갔다. 넥센타이어의 퍼포먼스가 가장 좋았던 2024년 스펙의 타이어를 준비하고 기사회생을 노렸으나 여전히 경기 초반 랩타임은 이창욱과 5초 이상 차이가 나면서 마지막 기대마저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었다.
초반부터 스피드를 올리며 멀찌감차 앞서 나간 이창욱은 황진우와 격차가 5.7초여까지 벌어지자 속도를 늦추고 간격을 유지하기 시작했고, 2위로 달리던 황진우는 뒤를 쫓는 이정우에 신경쓰느라 추격에 나설 여유가 많지 않았다. 결승 24랩 중 11랩차에 접어들면서 황진우와 이창욱의 차이는 7초 이상으로 벌어졌고 그대로 순위가 굳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선두권과 달리 중위권에서의 순위 다툼은 더없이 치열했다. 박정준(준피티드 레이싱)이 0.947초 차이로 정의철에게 따라붙었고, 정의철 또한 마이키 조던과의 차이를 0.9초여로 좁히며 추월을 노렸다. 그러나 14번째 랩에서 정의철의 차량 제네레이터가 말썽을 일으키며 차량이 트랙 위에 멈춰서고 말았고, 이로 인해 SC가 발령되면서 경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벌어졌던 차량들의 간격이 1초 이내로 좁혀들었고, 남은 랩이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빠르게 오네레이싱의 차량이 코스에서 치워지면서 SC는 2랩만에 해제됐고, 18번째 랩을 맞이하면서 또 한번의 스타트가 펼쳐졌다.
경기 종반 격전 속에 큰 순위 변화를 기대했지만, 노련한 이창욱은 그 마저도 허용하지 않았다. 초반 황진우를 멀리 떨어뜨리기 위해 무리하게 속도를 올리며 타이어 소모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재스타트에서 여전히 선두를 지켜냈고, 황진우 또한 추격하는 이정우의 압박으로 인해 쉽사리 추월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이창욱은 SC로 인한 위기를 이겨내면서 6000클래스의 19번째 나이트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클래스 최다 연승 기록인 5연승과 함께 5회 연속 폴투윈이라는 기록까지 새롭게 갱신하며 새로운 역사의 발자취를 남겼다. 화려한 불꽃이 터지는 가운데 결승선을 통과한 이창욱은 개인통산 12번째 우승을 거두며 황진우와 함께 6000클래스 최다 우승 기록에서 공동 3위에 자리를 잡았다. 더불어 인제스피디움에서만 총 4번의 우승을 기록해 정의철(3회)과 조항우(3회)를 제치고 서킷 최다 우승 기록까지 갱신하게 됐다.


현재까지 시즌 전승을 이어가고 있는 이창욱은 “4연속 폴투피니시를 해서 너무 좋고, 금호 SLM이 만든 차량과 금호타이어 연구소에서 좋은 타이어를 개발해 준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 팀원들을 믿고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계속 따라올 거라 믿는다.”라고 우승 소감을 밝히면서 “지난 시즌 챔피언 달성 후 새로운 목표를 세울 때 작년 성적을 조금이라도 뛰어넘고자 했고, 올 해는 다소 어려울 수 있겠지만 시즌 전승을 해보고 싶다.”면서 조심스럽게 포부를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총 113포인트가 쌓인 이창욱은 팀 메이트 이정우를 44점 차이로 벌리며 포인트 리더를 유지했다. 반면 황진우는 개인통산 34번째 포디엄을 달성하며 총 65점을 얻어 장현진(59점)을 제치고 종합순위 3위로 올라섰다.
이번 시합에선 예상 외의 약진을 보인 드라이버들도 눈에 띄었다. 올 시즌 6000클래스에 데뷔한 마이키 조던이 개인 최고 성적인 4위로 피니시하면서 수직 상승하는 기량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1라운드에서 15명의 참가자 중 11위에 그쳤던 조던은 2라운드에 9위로 첫 포인트 피니시를 달성했으며, 4경기 만에 포디엄을 눈 앞에 둔 4위에 올라 기존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면모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한 준피티드 레이싱은 2위에 오른 황진우와 함께 박정준이 5위, 임민진이 10위로 순위표를 채우면서 팀 전원이 처음으로 포인트 피니시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준피티드 레이싱은 올해 금호타이어로 교체하면서 황진우를 비롯해 팀 전원이 향상된 기량을 보여주고 있으나, 1·2라운드에선 임민진이, 3라운드에선 박정준이 10위권 밖으로 떨어지며 3명 모두가 포인트 피니시를 달성한 적은 없었다.
한편 6000클래스는 시즌 중반을 맞이하면서 시즌 챔피언 후보들이 걸러지기 시작했다. 포인트 리더 이창욱을 비롯해 이정우, 황진우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손꼽히고 있으며, 넥센타이어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선전을 펼치고 있는 장현진이 총 59점으로 4위에 자리잡아 마지막 가능성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이에 뒤따르는 박정준(34점)과 김중군(23점)은 다음 라운드가 관건으로 보여진다. 아직 시즌 중 포디엄에 오르지 못한 두 드라이버는 다음 라운드에서 반드시 포디엄에 진입해 선두 그룹과의 격차를 좁혀야만 시즌 중반까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김중군과 점수차이가 대동소이 한 김화랑(23점), 정의철(22점), 서주원(22점)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시즌 챔피언을 향한 거름망이 될 슈퍼레이스 5라운드는 오는 8월 22일(토)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시즌 두 번째 나이트레이스로 펼쳐질 예정이다.

글 이광선 | 사진 정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