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에 위치한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에서 지난 13일간 펼쳐진 ‘2026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에서 한화생명e스포츠가 팀 창단 이래 첫 MSI 우승을 차지하면서 글로벌 정상에서 포효를 터뜨렸다.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이스포츠의 2026년 두 번째 국제 대회로 올해 12회차를 맞이한 MSI는 중국 지역 리그 LPL의 1시드 팀 ‘빌리빌리게이밍(이하 BLG)’와 한국 지역 리그 LCK의 1시드 팀 ‘한화생명e스포츠(이하 HLE)’가 맞붙으며 LoL 이스포츠의 양대 강국의 자존심 대결로 펼쳐졌다.
두 팀은 모두 MSI와 인연이 깊지 못했다. HLE는 단 한 차례도 MSI에 진출하지 못하다 올 해 처음으로 본선 무대에 올라설 수 있었으며, BLG 또한 2023년부터 3차례나 MSI에 진출했음에도 준우승에서 좌절하면서 팀과 팬들의 한으로 남아 있었다.
12일(일) 펼쳐진 두 팀간의 대결은 HLE가 첫 세트를 가져가면서 더욱 긴장감을 더했다. 2분여만에 탑 라인에서 Kanavi(서진혁, HLE)가 Bin(천 쩌빈, BLG)을 잡아내 퍼스트 킬을 가져가며 스타트를 끊었고, 첫 오브젝트도 어렵지 않게 챙기면서 HLE가 승리 플랜을 밟아 나가기 시작했다.
이어 미드라인에서도 HLE는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었다. Knight(줘딩, BLG)을 시작으로 Xun(펑리쉰, BLG)까지 잡아내며 중앙지대를 장악한 HLE는 세 번째 오브젝트까지 챙겼고, 탑 라인에서 BLG의 선수들이 모조리 몰려와 타워를 밀어내는 동안 미드라인과 바텀라인에서 공격로를 확보했다.
그러나 탑 라인에서 교전으로 인해 HLE의 전열에 공백이 생긴 타이밍을 노리고 BLG가 바론을 차지해 전황은 안심할 수 없었다. 이내 4번째 드래곤까지 스틸한 BLG가 미소를 짓는 것도 잠시, 물러서는 듯 하다 공세로 전환한 HLE가 BLG의 챔피언들을 잘라내며 숨통이 트였다.
미드라인에서 또 한차례 이어진 교전에서도 HLE가 이득을 봤다. XUN에 이어 ON(뤄 원진, BLG)과 KNIGHT까지 잡아내며 킬 카운트를 추가한 HLE는 비록 화룡을 스틸당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골드에서도 5천골드 이상 앞선 상황이었고 두 번째 바론을 챙기며 버프를 두르게 되자 본격적으로 공세에 나서며 BLG의 앞마당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Delight(유환중, HLE)를 제외한 멤버들이 사망하면서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숨을 고른 HLE가 미드라인에 모여있던 BLG에 강공을 펼쳤고, ON과 Viper(박도현, BLG)을 잡아내며 기회를 이끌어냈다. 용을 스틸하러 나온 BLG를 오히려 포위하고 휩쓸어버리며 다시 한번 격차를 벌린 HLE는 한 번 더 바론을 잡아 공격 기회를 이끌어냈고, 그대로 BLG의 앞마당으로 진격해 넥서스를 허물어내며 첫 세트를 승리로 장식했다.

2세트는 BLG가 반발짝 앞서 나가는 가운데 10분여의 시간이 흘러갔다. 두 개의 용 오브젝트를 챙기고, 조금씩 킬 스코어를 더해나가며 우세를 더해 나가던 BLG는 미드라인에서 펼쳐진 한타 싸움에서도 어렵지 않게 HLE의 공세를 맞받아치며 더욱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바텀라인에서 HLE가 펼쳐보인 공세로 BLG의 챔피언들이 짤려나가며 또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20분째를 맞이하면서 킬 스코어는 14:12로 BLG가 앞서고 있었지만 글로벌 골드에서 HLE가 앞서며 균형이 이루어졌고, HLE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떻게든 바론이나 용 오브젝트가 필요했고, 이를 잘 아는 BLG는 순순히 그럴 기회를 허락치 않았다.
네 번째 용을 사냥하면서 BLG가 용의 영혼을 이뤄냈지만 반대로 HLE는 킬 포인트에서 이득을 보면서 끈질기게 따라 붙었다. 그럼에도 HLE의 표정은 밝을 수 없었다. 용의 영혼이 주는 효과는 컸고, 버프 타임이 끝날 때 까지 효율적인 공세를 펼치긴 어려웠다.
탑라인에서 Gumayusi(이민형, HLE)와 Delight를 잡아채며 전열을 무너뜨린 BLG는 바론을 더한 화력을 앞세우며 HLE의 앞마당을 휩쓸었고 세트 스코어는 1:1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어진 3세트에서도 BLG는 초반부터 숨돌릴 틈 없는 공세를 보이며 킬 스코어를 단숨에 3:0까지 만들어냈다. 여기에 용까지 스틸당하고 물러나던 Kanavi가 Viper에게 덜미 잡히며 형세는 더욱 암울하게 흘러갔다. BLG에게 기울어있던 저울대는 탑라인에서 펼쳐진 한타 싸움에서도 이어졌고, 킬 스코어 9:6 상황에서 경기는 20분째로 접어들었다.
또다시 화력으로 탑라인에 진격로를 뚫어낸 BLG는 세 번째 오브젝트도 수중에 넣으며 힘을 키워 나갔고, 상대적으로 열세인 딜 파워에 HLE는 먼저 공격에 나서고도 오히려 Zeus가 사망하며 힘겨운 전황을 이어갔다. BLG가 네 번째 용을 가져가는 것도 막아내지 못한 HLE에게 남아 있는 것이 없었고, 착실하게 바론까지 챙겨 먹은 BLG는 세 방향에서 압박해 들어가며 그대로 세트 스코어를 챙겨냈다.
BLG가 우승까지 단 한걸음을 앞두고 있는 4번째 세트는 서로 조심스러우면서도 적극적인 면모를 펼쳤다. 탑 라인에서 펼쳐진 교전은 Delight를 잡고 욕심을 부린 ON의 행보가 오히려 BLG에게 킬 누적으로 돌아가며 첫 용이 HLE의 수중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어진 두 번의 교전에서도 다소나마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낸 HLE는 두 번째 용 까지 가져가며 전황을 훨씬 수월하게 펼쳐갈 수 있었다. 세 번째 용도 HLE의 몫이었다. 더불어 Knight와 Xun, Viper, ON까지 차례로 한타 싸움 속에 사그러지며 전세는 크게 기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탑 라인에서 Zeus와 벌어진 교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HLE의 전멸로 이어지며 마냥 낙관할 수 만은 없게 됐다. 허나 쫓기는 입장에서 바론에 목 메인 BLG는 이를 눈치챈 HLE에게 ON이 저격당하고, 하나 둘씩 챔피언이 사라지면서 전멸로 이어져 오히려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로 접어들었다.
텅 빈 전장에서 바론에 이어 네 번째 드래곤을 잡아 용의 영혼까지 완성시킨 HLE는 타워 를 무너뜨리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해 나갔다. 23:12의 두 배에 가까운 킬 스코어와 7쳔여 글로벌 골드 차이로 직전 세트의 반대 양상을 보여준 HLE는 중국 챔피언들을 유인해내며 틈새를 만들어냈고, 바론 앞에서 터진 또 한번의 교전은 극적으로 HLE가 상대를 전멸시키며 그대로 4세트의 흥망을 결정지었다.


MSI의 최종 결승전답게 마지막까지 5세트 경기로 만들어내며 결전 무대에 오른 두 팀의 싸움은 더 없이 진지했다. 7분여를 맞이하면서 바텀라인에서 Gumayusi가 Viper에게 첫 킬 포인트의 제물로 바쳐지고 첫 오브젝트까지 BLG에게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미세하게 기우는 듯 보였다.
그러나 두 번째 용을 사냥하던 BLG가 HLE의 공세에 패퇴하면서 저울이 다시 평형을 찾았다. 여기에 BLG가 Gumayusi와 Zeka를 잘라내며 우위를 점하려 애썼지만, HLE는 두 번째 오브젝트를 챙기며 응수했다. 첫 바론을 앞둔 폭풍전야는 Gumayusi가 Xun을 잡으면서 깨어졌다. 탑 라인에선 잘 육성된 문도가 네 명의 BLG 챔피언들을 상대하며 방어선을 지켜냈고, 그 덕분에 HLE는 세 번째 용 오브젝트까지 순조롭게 손에 넣었다.
큰 교전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손해로 막았던 BLG였지만 이어서 미드라인에서 벌어진 한타 싸움은 문도의 맹활약에 적자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Kanavi에게 Xun이, Zeus에게 Bin이, 이어 Delight가 Viper까지 잡아내며 저울추가 HLE에게 더해졌고, 역공에 나섰던 BLG는 또 다시 HLE의 챔피언들에게 가로막히며 바론마저 내어주는 상황에 직면했다.
BLG도 포기하진 않았다. 바론 버프가 채 꺼지기도 전 다시 한번 싸움을 건 BLG가 Zeus를 제외한 HLE의 챔피언들을 쫓아내면서 다시금 회생을 모색했고, 전황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30분을 넘어서면서 두 팀은 모든 것을 쏟아부은 한타 싸움을 벌였고, 이번에는 Knight에게 Gumayusi가 저격당한 HLE가 전멸당하며 위기를 맞이했다.
두 번째 바론이 승부의 기로였다. HLE는 얼마 남지 않은 바론을 스틸했고, 이어 모여있던 BLG를 일거에 몰아내면서 전선에 공백을 만들어냈다. Xun, Bin, Viper가 차례로 자리를 비웠고, 단 한명의 챔피언도 빠지지 않았던 HLE은 회복할 틈도 주지않고 그대로 앞마당으로 돌진해 단숨에 넥서스를 날려버리고 MSI 첫 진출과 동시에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길고 치열했던 여정 끝에 우승을 차지한 한화생명e스포츠의 서진혁(Kanavi)은 “지금의 팀원들과 같이 MSI에서 창단 첫 우승을 거두게 되서 매우 기쁘다.”라고 소감을 남겼으며, 시즌 남은 일정에 대해 윤성영 감독은 “일정이 좀 빡빡하고 쉴 수 있는 텀이 없어 힘들겠지만, 우리 선수들도 경험이 많다보니 스스로 컨디션 관리 잘 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월드 챔피언십에 대비하는 자세를 보였다.


글 이광선 | 사진 WVZINE, 사진제공 Riot Ga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