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가주 레이싱 6000클래스(이하 6000클래스)에 출전하는 이창욱(금호SLM)이 시즌 4승을 거두며 시즌 종합우승에 더욱 가까이 다가섰다.
지난 9월 21일 전라남도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L=5.615㎞)에서 개최된 ‘2025 전남GT’와 함께 펼쳐진 6000클래스 7라운드에서 예선 1위를 차지한 장현진(서한GP)이 선두를 잘 지켜내며 스타팅 랩을 펼쳤으나, 직선에서 빨랐던 노동기(금호SLM)가 아웃코스로 장현진을 추월하며 앞서나갔다. 그러나 상설 직선코스에서 정의철(서한GP)과 노동기가 서로 접촉이 발생하면서 두 선수 모두 더 이상 경기를 이어가지 못했고, 사고에 휘말린 장현진의 순위가 하락한 가운데 선두권의 빈 자리를 김중군(서한GP)과 이정우(오네레이싱)가 1, 2위로 채운 상황에서 SC가 발령되었다.
트랙의 파편이 정리되고 4랩차에 경기가 재개되면서 김중군이 멀찌감치 선두로 앞서나갔고, 황진우(준피티드)는 최광빈(원레이싱)을 제치며 4위로 올라섰다. 11그리드에서 스타트 한 이창욱 또한 속도를 높이며 6위까지 뛰어 올랐고, 곧바로 최광빈 마저 따라잡아 5위를 빼앗았다. 이어 6랩차를 맞이하면서 사고의 영향으로 페이스가 느려진 장현진이 이창욱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6위로 밀려났다.

8랩으로 접어들며 오한솔이 가장 먼저 피트스톱을 시도했고, 전후륜 타이어를 모두 교체한 후 다시 코스로 복귀했다. 그러나 코스에서 오래 달리지 못하고 상설 코스 앞에서 멈춰서며 시즌 첫 리타이어의 고배를 마셨다.
이창욱은 10번째 랩에서 황진우를 추월해 3위를 차지하며 초반부터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어 12랩에는 이정우마저 추월해 2위에 자리했고, 선두 김중군과 0.980초 차이를 두고 역주를 펼치던 중 14랩을 맞이하며 이정우, 황진우, 이창욱이 모두 피트로 들어가며 타이어를 교체했다.
15랩에 김중군 또한 피트인했으나, 다른 선수들과 달리 타이어를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코스인하며 박규승(브랜뉴레이싱)을 뒤따라 2위로 자리해 6위에 위치한 이창욱과 거리를 벌리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타이어를 바꾸지 않으면서 김중군의 랩타임은 2:15.251까지 떨어진 반면 이창욱은 2:13.435의 랩타임을 유지하고 있어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
박규승이 21번째 랩에 마지막으로 피트로 들어가며 모든 선수들이 의무 피트스톱을 완료했고, 선두의 기치는 김중군에게 돌아갔으나 꾸준히 거리를 좁힌 이창욱이 김중군의 룸미러에 보이기 시작했다. 2랩이 더 지나면서 범퍼가 맞닿을 정도로 따라붙은 이창욱이 김중군과 자리 싸움을 벌였으나, 페이스가 현저히 느린 김중군은 이창욱에게 자리를 내어 줄 수 밖에 없었다.

이창욱을 선두로 보낸 이후로도 남은 포디엄 자리를 노리고 치열한 경합이 이어졌다. 이정우가 박규승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선데 이어 7초 격차를 두고 최광빈을 따라잡기 위해 가속을 더해갔다. 잔여 3랩을 남겨두고 황진우 또한 백스트리트 구간에서 김무진(원레이싱)을 넘어서며 7위에 자리했으나, 호락호락하게 자리를 내어줄 생각이 없었던 김무진이 다시 재역전했고 이 과정에서 황진우는 김동은에게마저 추월당해 오히려 9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이어 시가지 구간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김동은이 김무진을 추월하려던 중 스핀하며 뒤따르던 황진우의 우측면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황진우는 경기를 이어갈 수 있었으나, 자칫했더라면 65번째 연속 완주기록을 수립하지 못할 뻔한 상황이었다.
결국 김중군은 이창욱을 따라잡지 못했고, 별다른 이변이 없이 이창욱이 시즌 4번째 우승을 거머쥐며 KIC에서의 개인통산 첫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이는 이창욱 본인의 7번째 우승이자 10번째 포디엄이기도 했으며, 금호SLM이 6000클래스에서 차지한 74번째 포디엄으로 아트라스BX(73회)를 제치고 팀 부문 최다 포디엄 기록을 갱신하는 순간이었다. 더불어 금호타이어는 6000클래스에서 통산 60회 우승을 수립했다.

이어 김중군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개인통산 17번째 포디엄에 올랐고, 최광빈도 시즌 첫 포디엄에 입상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일깨워줬다. 그러나 시즌 내내 부진했던 최광빈은 총 56포인트로 종합순위 7위에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김중군은 19점을 더하며 총 96포인트를 모아 무득점으로 경기를 끝낸 노동기로부터 다시 종합 2위를 되찾았다.
총 125포인트를 확보해 김중군과 29점차로 리더보드를 이끌고 있는 이창욱은 시즌 챔피언 경쟁에서 매우 유리한 입장이 됐다. 남은 더블라운드에서 총 25점만 얻을 수 있다면 자력으로 종합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기에 단 한 경기만 1위를 차지한다면 그대로 종합우승의 축포를 터뜨리게 된다. 설령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두 경기 모두 4위 이상으로 경기를 끝낸다면 김중군의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챔피언의 영광은 이창욱의 몫이 된다.
시즌 챔피언에 성큼 다가선 이창욱은 “예선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얻어 걱정했지만, 팀에서 잘 준비해줬고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또한 좋은 타이어를 만들어 줘서 좋은 퍼포먼스로 우승할 수 있었다.”며, “영암 경기장에서 예선 퍼포먼스는 좋았었는데 우승을 하지 못해서 늘 우승에 대한 염원이 강했다. 드디어 영암에서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한편, 김동은과 컨택이 발생하며 차량이 크게 파손된 황진우는 간신히 결승선을 통과하며 완주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다. 체커기를 받은 직후 앞서 차량을 멈춰 세운 장현진에 뒤이어 차를 세우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이번 라운드 총 29랩(162.835㎞)을 소화해 낸 황진우는 6000클래스 통산 9,970㎞의 누적 주행거리 기록을 수립하며 한국 모터스포츠 사상 최초로 단일 클래스 누적 주행거리 10,000㎞의 기록 수립을 목전에 두게 됐다.
시즌 챔피언 결정과 대기록 수립이 예정된 2025 오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는 오는 11월 1일과 2일, 양일간에 걸쳐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글 이광선 | 사진 정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