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대회 57회 참가, 우승 기록 2회 및 포디엄 입상 5회, 그리고 예선 폴 포지션 2회. 어지간한 중견급 드라이에 준하는 커리어를 가진 이 선수는 현대N페스티벌 N2클래스에 출전하고 있는 양상국이다. 2019년 현대N페스티벌에서 벨로스터 N컵 챌린지에 도전한 후 이듬해인 2020년은 곧바로 벨로스터 N컵 마스터즈에 등단한 양상국이 단지 연예인이라는 이름값 만으로 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모터스포츠에서 양상국의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4년 개최된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 3라운드 경기였다. RV/SUV 챌린지 클래스로 처음 서킷에 발을 들였으나 아쉽게도 해당 대회가 대한자동차경주협회(이하 KARA)의 공인을 받지 못해 기록 상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이후 현대N페스티벌의 벨로스터 N컵과 아반떼 컵에 참가하며 공인대회 첫 레이싱 경력을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개그맨 양상국이 드라이버 양상국으로 거듭나게 된 계기는 평소 관심갖고 활동하던 동호회였다. 자동차에 관심을 갖고있던 양상국은 동호희의 권유로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에 참가하게 됐으며, 이후 현재 소속되어 있는 TEAM HMC의 창단 멤버로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처음에는 팀에서는 얼굴마담 역할을 기대하며 영입했으나 실제 시즌을 거듭하면서 포디엄에도 올라가고, 성적을 내면서 팀내 다른 선수들과 동급의 대우를 받으며 연장 계약을 이어 온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TEAM HMC의 어언 10년차 드라이버인 양상국은 “레이싱이란게 막상 입문해서 경험해보니 매우 디테일 한 스포츠다. 또 다른 취미로 테니스를 즐기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테니스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끝없이 완성되지 못하고, 재미가 있으면서도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이 레이싱의 매력인 것 같다.”며 오랜 기간동안 모터스포츠를 떠나지 않고 도전해 온 이유를 전했다.
본인 스스로는 유명 연예인이 아니라며 겸손을 보이지만, 대한민국에서 양상국이라는 이름은 알 만한 사람에게 결코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그만큼 방송계에서 섭외 요청도 많았으나 양상국은 벌이보다 레이싱이 주는 행복을 택했다. 라디오 DJ 라던가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패널로 러브콜도 수 차례 있었지만, 모터스포츠에 참가하기 위해서 고정적인 방송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내년 시즌을 생각해 일 년간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양상국은 부득이하게 예선은 못 나간 적이 있을지언정 결승은 한 번도 불참하지 않았다는 점을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상위 클래스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나도 나름 레이서인데 도전 욕심은 늘 있는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지금 참가 중인 클래스보다 높은 클래스, 또는 다른 챔피언십에 대한 도전 욕구에 대한 대답은 여느 선수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양상국의 핏 속에도 경쟁과 더 높은 목표를 꿈꾸는 레이서로서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증거였다. “꿈은 있으나 아쉽지만 현실에선 여건이 그리 쉽게 허락해 주지 않고 있다. 그저 내 한계에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차를 타면서 즐기고 싶을 뿐이다.” 방송인이라는 본업과 레이싱이라는 취미를 양립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 양상국의 얼굴에는 아쉬운 표정이 배어나온다.
2019년 개최된 이래 총 167명의 드라이버가 참가한 N2 마스터즈 클래스(벨로스터 N컵 포함)에서 한 번이라도 우승컵을 거머쥔 선수는 단 18명에 불과하고, 그 명단에 당당히 양상국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 상위 10%에 포함되어 있는 그가 연예인에서 선수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이며, 본인 또한 모터스포츠에서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보람되고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준다고 말한다.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양상국은 클래스 시즌 챔피언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방송인으로써의 본업 또한 충실하려다 보니 다른 선수들에 비해 연습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상위권 도약의 발목을 잡는다. 힘겹게 방송 스케쥴을 소화하고 피로가 채 회복되지도 못한 채 경기장에 도착해서 연습을 하다보면 적응 또한 쉽지가 않다. 어쩔 수 없이 예선이 연습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다 보니 성적이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아 속상할 때도 많다.
그러나, 바라는 마음과 현실 사이의 괴리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이 드라이버 양상국의 장점이다. 지난 10년간 여러 연예인들이 레이싱을 거쳐 갔지만 오래 남아있지 못했고, 심지어 소속 팀 선수들 중에서도 양상국만큼 꾸준히 열정을 갖고 노력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며 팀에서도 그의 열정과 모터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인정해주는 모습이었다.
한없이 어렵고 끝없이 도전해야 하는 스포츠임에도 바로 이 점 때문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양상국은 우승에 대한 욕심보다 오래동안 레이싱을 즐길 수 있기를 더 바라고 있었다. “뉘르부르크링 24시 경기를 구경 간 적 있었는데, 백발의 노인이 레이싱에 참가하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 너무 감명을 받았다. 멋있었고 매력적이었는데, 나 또한 그런 선수로 남고 싶었다.”라며 소박한 희망을 밝힌 양상국은 “작년에 공인경기 참가 50회를 달성하면서 자축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공인경기 100회를 채워서 센츄리언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게 목표지만, 너무 욕심을 부리다 좌초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늘 겸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모터스포츠에서 이루고 싶은 자신만의 포부를 밝힌 양상국이 앞으로도 오래 트랙에서 함께 달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글 이광선 | 사진 정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