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모터스포츠 팬들을 열광시킨 ‘2026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이하 LSTA)’가 이탈리아 몬차(L=5.793㎞)에서 극적인 피날레를 장식했다. 올 시즌 개막전 직전에 배트모바일 레이싱(Batmobile Racing)의 부름을 받고 아시아 무대에 뛰어들었던 26세의 영국인 드라이버 윌리암 트레구르타(William Tregurtha)가 시즌 마지막이자 12번째 레이스에서 마침내 대망의 PRO 클래스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2라운드부터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조나단 세코토(Jonathan Cecotto) 역시 뛰어난 실력으로 그를 지원하며 팀의 영광을 나눠가졌다.
이번 몬차 최종전은 고국에서 9,000㎞ 가까이 떨어진 타지에서 AM 클래스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 지은 트루 비전 모터스포츠 타일랜드(True Visions Motorsports Thailand)의 수틸럭 분차로엔(Suttiluck Buncharoen)에게도 특별한 무대였다. 아울러 이번 더블헤더는 2027 시즌 새롭게 선보일 ‘테메라리오 슈퍼 트로페오(Temerario Super Trofeo)’의 데뷔를 앞두고 ‘우라칸(Huracán)’이 펼치는 장엄한 환송회이기도 했다.
금요일에 펼쳐진 레이스 1은 PRO 챔피언십 타이틀 경쟁을 끝까지 알 수 없게 만든 한 편의 드라마였다. 빈센초 소스피리 레이싱(VSR)의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주니어 드라이버 구스타프 비스니에프스키(Gustaw Wisniewski)와 리암 스킷(Liam Sceats)은 폴포지션을 차지한 뒤 압도적인 레이스로 폴투피니시를 거머쥐며 윌리암 트레구르타와 조나단 세코토를 맹추격 해 두 팀의 격차를 단 1점 차이로 좁히며 극한의 긴장감을 조성했다. 트레구르타와 세코토는 2위에 만족해야 했고, 람보르기니 부산 바이 레이스그래프(Lamborghini Busan by Racegraph)의 새로운 PRO 듀오 배럿 볼프(Barrett Wolfe)와 안드레 쿠토(André Couto)가 3위에 올랐다.
PRO-AM 클래스에서는 이미 챔피언을 확정 지은 토드 킹스포드(Todd Kingsford)와 크리스 반 데어 드리프트(Chris van der Drift)가 통합부문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배트모바일 레이싱의 쿠마르 프라바카란(Kumar Prabakaran)과 푸테라 아담 할림 무아잠(Putera Mu’azzam)은 2위로 포디엄에 동행했다.
AM 클래스 배틀 역시 치열했다. 수틸럭 분차로엔이 캄 룽 레이싱(Kamlung Racing)의 버트람 라우(Bertram Lau), 람보르기니 부산 바이 레이스그래프의 토미 쿠(Tommy Ku)와 치오 텍 송(Chiow Teck Song)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하며 2026 시즌 AM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 지었다. 람보르기니 컵(LC) 챔피언 수파차이 위라보원퐁(Supachai Weeraborwornpong, 시암가스 코르세)은 까다로운 몬차 서킷에서 놀라운 경기력으로 전체 6위라는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클래스 우승을 가져갔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17랩짜리 레이스 2는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젖은 노면으로 인해 세이프티 카 상황에서 출발한 경기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혈투가 펼쳐졌다. PRO-AM 챔피언 크리스 반 데어 드리프트가 폴포지션의 이점을 살려 선두로 치고 나가는 가운데, 뒤를 따르던 리암 스킷이 실수를 범한 틈을 타 조나단 세코토가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세코토 역시 그립을 잃고 실수하며 다시 스킷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드라이버 교체 이후 승부는 더욱 극적으로 흘러갔다. 토드 킹스포드가 선두를 물려받았고, PRO 챔피언을 노리는 트레구르타와 비스니에프스키가 그 뒤를 바짝 쫓았다. 하지만 람보르기니 분당 바이 레이스그래프(Lamborghini Bundang by Racegraph)의 셜록 타이터스(Titus Sherlock)가 교체 투입 직후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선두를 가로채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후 셜록의 뒤에서 킹스포드, 트레구르타, 비스니에프스키가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킹스포드의 차량이 부딪혀 방호벽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배트모바일 레이싱의 쿠마르 프라바카란 역시 미끄러져 방호벽을 들이받으면서 종료 9분을 남기고 FCY가 발령되면서 누군가에겐 위기를, 누군가는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종료 4분을 남기고 경기가 재개된 후 타이터스 셜록은 이전 스틴트에서 지콩 리(Zhicong Li)의 합류가 안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은 5초 페널티를 받았지만, 트레구르타와의 격차를 6초 이상 벌린 덕분에 람보르기니 분당 바이 레이스그래프 팀에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안겨줄 수 있었다.
그리고 챔피언을 향한 마지막 질주. 트레구르타는 빗속에서 끝까지 자신을 압박한 비스니에프스키를 결승선 통과 직전 단 0.3초 차이로 따돌리며 2위를 사수했다. 이로써 윌리암 트레구르타는 불과 3점 차이로 2026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 PRO 챔피언이라는 값진 영광을 차지했다.
크리스 반 데어 드리프트와 토드 킹스포드는 레이스 중반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PRO-AM 클래스 우승을 차지하며 이번 시즌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완벽한 승률 100%를 달성했다. 수틸럭 분차로엔 역시 AM 우승으로 피날레를 장식했고, 몬차 서킷의 빗속에서도 마스터 클래스급 기량을 선보인 수파차이 위라보원퐁은 전체 4위라는 대기록과 함께 람보르기니 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아시아 지역의 최종 레이스를 찬란하게 마무리했다.

글 이광선 | 사진제공 LSTA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