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HEADLINES잿더미에서 피어난 우승, 베이징 스트리트 서킷에서 펼쳐진 드라마틱한 ‘2026 GTWCA’

잿더미에서 피어난 우승, 베이징 스트리트 서킷에서 펼쳐진 드라마틱한 ‘2026 GTWCA’

by Jaehui Lee

‘2026 GT 월드 챌린지 아시아(이하 GTWCA)’의 9라운드와 10라운드가 중국 베이징 스트리트 서킷(L=4.894㎞)에서 개최되며 시즌 챔피언을 향한 마지막 여정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상하이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릴 대망의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치러진 이번 베이징 주말 경기에서는 챔피언십 포인트 선두 자리를 둘러싼 치열한 추격전과 예상치 못한 사고, 그리고 기적적인 차량 복구 스토리가 뒤섞이며 모터스포츠 특유의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되었다.

주말의 첫 번째 경기인 9라운드에서는 하모니 레이싱(Harmony Racing)이 다시 한번 베이징 시가지 서킷을 정복하며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리우 카이슌(Liu Kaishun)과 이번 시리즈에 처음 데뷔한 타쿠로 시노하라(Takuro Shinohara)는 9라운드 예선에서 통합부문 폴 포지션을 차지한 뒤, 단 한 차례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완벽한 질주를 선보이며 직관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하모니 레이싱은 지난해 예 이페이(Ye Yifei)와 장 야치(Zhang Yaqi)가 베이징에서 우승한 지 1년 만에 두 번째 우승을 거두게 됐다. 폴 포지션에서 출발한 데다 석세스 페널티의 부담마저 없었던 하모니 레이싱의 리우 카이슌과 타쿠로 시노하라 듀오는 경기 전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고, 경기 내내 경쟁자들을 따돌리며 그 예상을 완벽하게 증명해 냈다.

오프닝 랩에서 리우 카이슌은 무난한 스타트를 끊으며 1번 코너로 진입하는 청 콩푸(Cheng Congfu)를 막아냈고, 이후 약 2초의 격차를 벌리며 순항했다.

9라운드 통합부문 포디엄은 모두가 실버 클래스로만 채워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타카유키 아오키(Takayuki Aoki, TEAM 5ZIGEN)와 아츠시 미야케(Atsushi Miyake, TEAM 5ZIGEN)는 하모니 레이싱에 0.948초 차이로 2위를 차지했고, 앱솔루트 레이싱(Absolute Racing)의 아카쉬 낸디(Akash Nandy, TEAM KRC)와 샌디 스투빅(Sandy Stuvik, TEAM KRC)이 3위에 오르며 포디엄의 마지막 자리를 장식했다.

‘2026 GT 월드 챔피언십 아시아’ 9라운드 통합부문 포디엄 장면

당초 체커기를 두 번째로 받았던 FAW 아우디 스포츠 아시아 팀 팬텀(FAW Audi Sport Asia Team Phantom)의 유 쿠아이(Yu Kuai)와 청 콩푸 조는 안타깝게도 풀 코스 옐로(FCY) 상황에서의 속도위반으로 페널티를 받아 피트 스톱 이후 2위 자리를 상실하고 말았다.

이날 경기는 FCY가 두 차례나 발생하며 드라이버들의 리듬을 끊어 놓았다. 첫 번째 FCY는 안드레스 파토(Andres Pato, Audi Sport Asia Team Phantom)가 1번 코너 타이어 방호벽에 충돌하면서 발령되었고, 이를 수습한 뒤 트랙에 녹색기가 펄럭이자마자 챔피언십 포인트 선두를 달리던 루 웨이(Lu Wei, Origine Motorsport)가 타이어 온도가 채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스핀하며 두 번째 FCY을 야기시켰다.

루 웨이의 포르쉐가 방호벽을 들이받으면서 트랙 정리를 위해 장시간의 FCY와 세이프티 카(SC) 상황이 이어졌고, 이는 공교롭게도 의무 피트 스톱 타이밍과 맞물렸다. 챔피언십 리더인 루 웨이와 경쟁자 FAW 아우디 팀의 뼈아픈 실수는 앤서니 리우(Anthony Liu, Phantom Global Racing)에게 절호의 기회로 작용했다. 아이한잔 귀벤(Ayhancan Güven)과 호흡을 맞춘 리우는 종합 4위로 경기를 마감함과 동시에 두 번째 레이스에서 알레산드로 기레티(Alessandro Ghiretti)의 거센 압박을 견뎌낸 귀벤의 활약에 힘입어 Pro-Am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다.

기레티는 경기 막바지에 1번 코너를 통해 추월을 시도하며 앤서니 리우 조를 위협했으나 3번 코너가 다가오면서 경쟁을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 두 차량은 0.609초 차이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결과로 리우는 챔피언십 선두 루 웨이와의 격차를 단 10점 차이로 좁히며 타이틀 경쟁의 불씨를 살렸다.

KRC의 BMW 역시 FAW 아우디 팀과 마찬가지로 속도위반 페널티를 받았고, 이는 딘 첸(Dean Chen, Craft-Bamboo)과 알렉스 리앙(Alex Liang, Craft-Bamboo)이 통합 6위 및 Silver-Am클래스 우승을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로써 리앙은 지난해 홈 레이스에서 두 번의 Silver-AM클래스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이번에도 클래스 우승 행진을 이어가게 되었다.

Am클래스에선 Climax Racing의 세티아완 산토소(Setiawan Santoso)와 저우 비 황(Zhou Bi Huang)은 4경기 만에 세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베이징 스트리트 서킷에서 열린 ‘2026 GT 월드 챌린지 아시아’ 스타트 장면

일요일에 이어진 10라운드는 챔피언십 경쟁의 정점을 보여주는 한 편의 극적인 드라마였다. 앱솔루트 레이싱의 황 루오한(Huang Ruohan)과 기레티 조는 10라운드에서 천금 같은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십 선두 루 웨이와의 격차를 불과 5점 차이로 좁힌 채 오는 상하이 경기에서 타이틀 쇼다운을 맞이하게 됐다.

9라운드 개최 전까지만 해도 통합부문 챔피언십 리더 루 웨이에게 22점이나 뒤져 있던 이들의 우승이 더욱 놀라운 이유는 주말 초반에 발생한 치명적인 화재 사고 때문이었다. 금요일 저녁 브론즈 테스트 세션에서 차량에 화재가 발생하며 앱솔루트 911의 팀 크루들은 기존 차량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뜬눈으로 밤을 새워가며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 뉴 포르쉐 차량을 처음부터 다시 조립해야만 했다. 기레티는 팀원들의 피땀으로 완성된 이 차량을 몰고 일요일 결승 레이스를 위한 예선에서 폴 포지션을 따내는 기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시작된 10라운드 결승 레이스는 오프닝 랩부터 요동쳤다. 브렌든 리치가 놀라운 스타트로 룩 하르토그(Loek Hartog)와 기레티를 모두 추월하며 오프닝 랩의 절반을 채 돌기도 전에 선두로 앞서 나갔지만,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는 와중에 8번 코너 진입 과정에서 제시 크론(Jesse Krohn)과 아츠시 미야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접촉으로 5ZIGEN 닛산 차량이 바깥쪽 타이어 월과 강하게 충돌하며 스핀했고, 차량의 파손 정도와 위치로 인해 즉각 세이프티 카가 트랙에 투입되었다.

초반 혼전 속에서 3위로 밀려났던 기레티는 SC상황이 해제되고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3번 코너 아웃라인을 넓게 도는 과감하고 유려한 움직임으로 하르토그를 다시 추월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어 잭슨 에반스(Jaxon Evans)는 피트 스톱이 시작되기 직전 크론의 KRC BMW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지만, 피트 스톱 윈도우가 열린 시점에 아론 림(Aaron Lim)이 1번 코너에서 심하게 충돌한 뒤 파손된 차량을 피트로 복귀하던 중 결국 트랙에 멈춰설 수밖에 없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피트 스톱이 모두 마무리된 직후 두 번째 세이프티 카가 트랙에 등장해야만 했다.

드라이버 교체를 마친 뒤 브렌든 리치의 파트너인 송 지아준이 리드를 유지한 채 트랙에 복귀했으나, 녹색기가 발령되며 레이스가 재개되자마자 1번 코너에서 황 루오한에게 결정적인 추월을 허용하며 선두 자리를 헌납했다. 챔피언십 리더인 루 웨이 역시 곧바로 송 지아준을 따라 추월에 성공하며 2위로 올라섰지만, 황 루오한이 뿜어내는 앱솔루트 포르쉐의 압도적인 페이스에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점차 거리가 벌어졌다. 완벽한 페이스 조절을 보여준 황 루오한은 결국 2위 그룹을 멀치감치 따돌리며 2.3초 차이로 여유 있게 체커기를 받았다.

청 콩푸와 유 쿠아이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루 웨이와 룩 하르토그가 3위를 차지하는 듯 싶었다. 그러나 2위부터 6위까지 달리던 Am클래스 드라이버들을 연달아 추월하며 순위를 끌어올렸던 청 콩푸가 피트 스톱 최소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서 공식 결과에서 5초의 페널티가 부과됐고, 결국 2위는 루 웨이 조가 차지하게 됐다.

‘2026 GT 월드 챔피언십 아시아’ 10라운드 통합부문 포디엄 장면

상위권 경쟁 이면에서도 치열한 순위 다툼과 충돌이 빚어졌다. 4위로 경기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였던 안드레스 파토와 잭슨 에반스 조는 3번 코너에서 앤서니 리우가 무리하게 인코너를 파고드는 바람에 스핀하면서 타이어 배리어를 들이 받았다.

이 사고를 유발한 앤서니 리우는 경기 후 30초라는 무거운 페널티를 받아 15위로 수직 강등되었다. 이로 인해 추가 피트 스톱 페널티를 감수하고도 하위권에서 치고 올라온 두 대의 Silver클래스 차량이 상위 5위권에 포함했다. 토요일 9라운드 우승자였던 유 카이슌과 타쿠로 시노하라가 4위로 올라섰고, 전날 3위를 기록했던 아카쉬 낸디와 샌디 스투빅이 5위를 차지했다.

리 커롱(Li Kerong)과 조엘 스투름(Joel Sturm)은 앱솔루트 포르쉐로 Pro-AM클래스 포디엄에 오르며 크론과 루안 춘판(Ruan Cunfan)을 제치고 종합 6위를 기록했다. AM클래스 우승자인 앤드류 맥퍼슨(Andrew Macpherson)과 벤 포터(Ben Porter)는 레이스의 마지막 15분 동안 무려 15위에서 8위까지 치고 올라오는 환상적인 추월 쇼를 선보이며 종합 8위로 주말을 마무리 지었다.

Silver-AM클래스의 최정상은 브라이언 리와 막심 오스텐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번 시합의 결과에 따라 통합부문 챔피언십에서 단 5포인트 차이로 승부를 맞이하게 될 상하이 인터내셔널 서킷의 파이널 라운드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글 이재희 | 사진제공 GTWCA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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