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가 주관·주최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이스포츠의 한국 프로 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의 2026년 정규 시즌 4라운드 1주차의 마지막 경기에서 맞붙은 T1과 젠지 이스포츠(이하 젠지)의 대결에서 젠지가 세트 스코어 2:0으로 승리를 거두며 레전드 그룹 1위로 플레이 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T1의 팀 로드쇼 행사로 서울시 송파구 KSPO돔에서 열린 ‘T1 홈 그라운드’에서 수많은 양 팀의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에 오른 T1과 젠지의 선수들은 각오가 더욱 남달랐다. 2026년 시즌 총 23경기를 소화하면서 젠지는 17승 6패로 레전드 그룹 1위에 이름을 올렸고, T1은 지난 14일(금) 디플러스 기아와의 접전에서 패하면서 16승 7패에 그쳐 3위에 머물러 있었다.
T1이 이번 시합에서 승리할 경우 17승 7패로 젠지와 동률을 이루지만 세트 득실에서 앞서며 1위를 탈환할 수 있기에 T1으로서는 승리가 더욱 간절한 입장이었고, 젠지로서는 자신들의 ‘홈 그라운드’에서 패배를 안겨준 T1에서 앙갚음을 선사함과 동시에 18승의 전적으로 단독 1위를 공공히 할 수 있기에 경기장에 감도는 긴장감은 더욱 무거웠다.
첫 세트에서 T1의 행보는 순탄치 못했다. 퍼스트 킬을 넘겨준 데 이어 드래곤도 뺏겼고, 11분여차에 벌어진 한타 싸움에서도 일방적으로 손해을 입으며 두 번째 드래곤까지 넘어가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연이어 바텀 라인에서 지배력을 상실한 T1은 공허의 유충 앞에서 다시 한번 벌어진 대접전에서도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간신히 킬 스코어에서 평형을 맞추긴 했으나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은 여전히 젠지의 손아귀에 넘어가 있었다.
3개의 오브젝트를 손에 쥔 젠지의 바론 사냥은 류민석(Keria, T1)의 희생으로 막아낼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벌어지는 격차는 쉽사리 좁혀질 기회가 보이지 않았다. 젠지가 네 번째 용 사냥에서 T1가 차려놓은 밥상을 가로채고 용의 영혼을 완성했지만, 그 후 펼쳐진 교전에서 T1이 김건부(Canyon, 젠지), 김기인(Kiin, 젠지)를 차례로 물리치고 이어 바론까지 수중에 넣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노렸다.
장로 드래곤을 앞두고 조심스럽게 견적을 보던 양 팀은 30분차 바텀 라인에서 벌어진 교전으로 전세가 뒤집혔다. 깊숙히 다가선 정지훈(Chovy, 젠지)이 포위망에 걸려 순식간에 사라졌고, 도우러 나섰던 Kiin까지 휩쓸리며 T1이 두 번째 바론까지 차지하는 결과까지 이끌어냈다. 그러나 젠지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38분차 벌어진 한타 싸움에서 Canyon이 먼저 죽었지만 T1의 쿨타임을 노린 젠지가 역공을 펼치며 T1의 발을 묶었고, 세 번째로 나온 바론은 젠지의 몫으로 넘어갔다. 결국 장로 드래곤의 버프가 먼저 꺼져버린 T1은 차근차근 압박해 들어오는 젠지를 막아서지 못하고 손을 들고 말았다.

2세트는 T1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쳐 보였다. 김수환(Peyz, T1)이 퍼스트 킬을 챙기고 첫 드래곤까지 가져갔으며, 이어진 탑 라인 전투에서 최현준(Doran, T1)이 Kiin을, Peyz가 박재혁(Ruler, 젠지)을 차례로 물리치며 차근차근 승리 플랜의 블럭을 맞춰 나갔다.
젠지도 침착하게 자신들의 전략을 펼쳐 나갔다. 드래곤에 이어 전령까지 챙긴 젠지는 이상혁(Faker, T1)의 발목을 잡으며 킬 스코어를 동률로 맞춰놨고, 네 번째 드래곤을 앞두고 맞붙은 두 팀의 한타 싸움은 젠지가 거스름을 챙겨가며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마법공학 드래곤으로 두 번째 오브젝트를 갖추고, Faker를 잡아내며 킬 스코어와 글로벌 골드 모두 역전을 만들어낸 젠지는 미드라인을 뚫어내며 길을 열기 시작했다.
29분차 바론에 타격을 주기 시작한 젠지와 이를 막아나선 T1, Chovy가 먼저 Doran을 잡아내고 문현준(Oner, T1)마저 체력이 바닥을 보이자 T1은 숨을 고르며 한 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내친 걸음으로 네 번째 용까지 챙긴 젠지는 탑 라인의 타워를 밀어내며 앞 마당까지 압박해 들어갔고, 쌍둥이 타워만 남겨놓은 채 T1은 일발 역전의 기회를 노려야만 했다.
그러나 용의 영혼을 휘감고 사방에서 압박을 가하는 젠지의 공세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두 번째 바론까지 수월하게 손에 넣은 젠지는 그대로 뭉쳐서 T1의 앞마당으로 쇄도해 들어갔고,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T1이 버텨내고자 애썼지만 Doran이 사망하면서 넥서스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낼 수 없었다.
이로써 젠지는 두 주전의 ‘젠지 홈 그라운드’에서 당한 패배를 그대로 설욕하며 18승의 전적으로 1위를 지켜냈다. 더불어 POM으로 선정된 Chovy는 2026년 시즌 중 총 11번의 POM 선정으로 최다 POM 기록 또한 지켜나가게 됐다.

홈 그라운드 경기에서 2연패로 일정을 마무리 한 T1은 “많은 팬들이 응원을 보내줬음에도 승리로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 이틀 동안 많은 준비를 했지만 여전히 상대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패하고 말았다.”면서 “조급한 마음에 실수도 있었고, 게임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소통 부족으로 깔끔하게 맞아 떨어지지 못했던게 패인으로 보여진다.”고 경기에 대한 평가를 남겼다.
4연승을 거두며 플레이 오프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지은 젠지는 “지난 우리 팀 홈 그라운드에서 패배를 복수할 수 있어서 기분 좋다.”라고 입을 모았으며, 유상욱 감독은 “연패 이후로 밴픽이나 인게임적인 부분에서 변화를 준 것이 잘 맞아 떨어졌고, 소통이 잘 이루어지면서 연승을 가져오고 있다.”라고 승리 비결을 전했다. 이어 “오늘 경기는 위기에도 잘 대처했고, 피드백 할 내용이 없을 정도로 선수들이 잘 해줬다. 항상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감사하고, 이 기세를 이어나가 남은 경기도 잘 치르도록 하겠다.”면서 소감을 남겼다.
글 이광선 | 사진 정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