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 인제스피디움에서 개최된 2025 오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6라운드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신예 드라이버에게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고레이싱 소속으로 GTA클래스에 첫 걸음마를 뗀 한재희가 프로무대 데뷔전에서 클래스 랩 레코드(김중군, 1:43.224)를 1:43.046으로 갱신하며 기라성 같은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었던 것이다. 비록 직후에 정경훈이 1:42.713의 기록으로 인제스피디움(L=3.908㎞)의 랩 레코드 기록을 차지했으나, 한재희 또한 베스트 랩타임을 경신할 여지가 있었다는 점이 다음 시합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대한자동차경주협회의 공인대회 기록이 전무했던 한재희는 과연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한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다 레이싱이 너무 하고 싶어서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레이싱과 관련된 공학을 전공하고 싶어서 유학을 택했지만, 그보다는 레이싱 자체가 더 좋아서 결국 유학도 포기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모터스포츠에 입문했다.”라며 본인을 소개하는 한재희는 1997년생으로 아직 서른이 채 되지 않은 파릇파릇한 새내기였다.
한재희라는 이름이 서킷에서는 낯설지 몰라도, e모터스포츠 계열인 심레이싱에선 꽤 알려진 이름이었다. 현대N페스티벌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규민과 더불어 AMX 심레이싱 대회에도 참가한 바 있는 그는 시뮬레이션 레이싱에서는 꽤 수준급 선수에 속하는 편이었다. 설령 밥벌이는 못 하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고 싶어서 레이싱을 택했다는 한재희는 일본에서 먼저 레이싱에 입문했으며, 지난 해 슈퍼포뮬러 제팬에 도전해 스즈카 챔피언십 대회에 참가한 이력을 갖고 있었다.
한국에서 치르는 첫 대회에서 놀라운 랩 타임으로 눈도장을 찍은 한재희는 “더 나은 기록을 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점이 남는다. 차량에 대한 적응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예선 주행의 흥분을 드러내 보였다. 정경훈의 뒤를 따라 2그리드에서 스타트 한 한재희는 정경훈과 배틀을 벌이던 중 차량이 스핀하며 순위가 밀려났고, 뒤따르던 차량과의 접촉이 발생하면서 단 2랩만에 리타이어라는 아쉬운 결과로 데뷔전을 마감해야만 했다.
예선에서의 활약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그에 걸맞지 못한 결승 성적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그는 “시뮬레이션과 실제 레이싱은 많이 달랐다. 더 나은 운전 실력을 갖추기 위해 공학적 지식도 갖춰야 하지만 그 외에도 배울게 많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며 첫 시합의 소감을 남겼다. 아직 입증된 경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자비로 레이싱 참가를 준비해야 하는 만큼 내년 시즌에 대한 계획이 불투명할 수 밖에 없으나, 그럼에도 자신의 예산 내에서 허용할 수 있는 선택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재희는 일단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 번의 우승으로 모터스포츠 팬들과 관계자들에게 인지도를 굳히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임팩트를 남김으로서 지속적인 레이싱 참가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이 갓 싹을 틔운 떡잎의 바램이었다.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벗어나 실전 레이스에서까지 도전을 이어나가는 의지와 노력을 경주하는 신예의 열정이 한국의 잔 마든보로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보고자 한다.

글 이광선 | 사진 정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