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이스포츠의 한국 프로 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의 2026년 시즌 하반기 3라운드에서 디플러스 기아(이하 DK)가 젠지 이스포츠(이하 젠지)를 2:0으로 패퇴시키며 ‘2026 이스포츠 월드 컵(이하 EWC)’ 우승자의 저력을 과시했다.
젠지의 팀 로드쇼 ‘하우스 오브 젠지’의 부대 행사로 함께 치러진 이번 시합은 ‘2026 LCK’ 정규 시즌의 98번째 경기이기도 했다. 젠지로서는 홈 그라운드에서 레전드 그룹 최하위 팀인 DK를 맞아 펼치는 대결이었으나, EWC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지난 7월 30일 경기에서도 ‘2026 MSI’ 우승팀인 한화생명 e스포츠를 물리치는 등 연이은 상승세를 보이는 DK가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바로 전날 T1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0:2로 패하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던 젠지는 이번 경기야말로 이기겠다는 각오가 넘쳤지만, 1세트 시작부터 주도권은 DK가 쥐고 있었다. 정글러 최용혁(Lucid, DK)이 김기인(Kiin, 젠지)을 상대로 퍼스트 킬을 차지하며 한발 앞서 나갔고, 이어 미드라인에서 벌어진 교전에서도 젠지가 손해를 보며 힘겹게 스타트하는 모습이었다.
1세트를 시작하고 10분이 넘지 않았지만 킬 스코어에서 2:5로 DK가 격차를 벌려 나갔고, 2번째 드래곤을 앞두고 두 팀이 맞붙은 상황에서 DK의 챔피언들이 실낱같은 체력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으면서 공세를 펼쳤다가 쫓겨단 젠지의 부담이 더욱 늘어나고 말았다. 스킬 쿨타임이 돌아오지 않은 여건 속에 바론 사냥을 놓고 벌어진 교전에서도 박재혁(Ruler, 젠지)과 정지훈(Chovy, 젠지)이 제물로 바쳐진 채 소득없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스노우 볼링으로 힘을 키운 DK는 세 번째 드래곤을 수급한 데 이어 내셔 남작까지 직행했고, 이마저 빼앗길 수 없었던 젠지가 저지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오브젝트와 버프에서 크게 밀린 젠지가 상황을 뒤집기 위해 바텀 라인과 미드 라인에서 파상적으로 공세를 펼쳤으나 국제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DK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며 이를 막아냈고, 뒤따라 바텀 라인에서 펼쳐진 한타 싸움에서 이득을 본 후 네 번째 용까지 수중에 넣어 승기를 굳혀나갔다.
서두르지 않고 두 번째 바론 버프까지 가져간 DK는 차근차근 젠지의 전선을 압박하며 본진으로 밀고 들어갔고, 젠지는 마지막 저항에도 불구하고 속절없이 무너지는 넥서스를 바라만 봐야 했다.


레전드 그룹 최하위로 물러날 곳이 없는 DK는 자비를 베풀 이유가 없었다. 젠지의 홈 그라운드 행사와 함께 진행된 경기였지만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집들이 호스트를 잔혹하게 때려 잡으며 LCK 6연승의 기록을 이어갔다.
첫 세트를 뺏긴 젠지가 보다 적극적으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애썼지만 DK 또한 절묘한 컨트롤을 앞세우며 쉽사리 킬 포인트를 내주지 않았다. 오히려 바텀 라이너 신금재(Smash, DK)가 Kiin을 상대로 퍼스트 블러드를 기록하며 젠지의 기를 꺽었고, 간신히 탑 라인에서 전시우(Siwoo, DK)를 죽이며 젠지도 평형을 맞췄지만 전령 사냥에 나섰던 젠지의 멤버들이 몰려온 DK에게 스틸 당하면서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바텀 라인에서 Kiin이 또 한 차례 죽임을 당한 데 이어 2세트를 시작한지 20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탑 라인의 젠지 측 포탑이 모두 무너지며 젠지의 앞 마당까지 진격로가 훤하게 뚫려버리고 말았다. 비교적 수월하게 세 번째 용까지 챙긴 DK는 눈에 띌만한 한타 싸움을 벌이지 않고도 젠지의 숨통을 조여 나갔고, 미드 라인과 바텀 라인 포탑마저 차례로 파괴되면서 젠지는 방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극적인 회생을 노리고 바론 사냥에 나선 젠지였지만, 이 또한 DK가 스틸하면서 말 그대로 수족이 묶이고 말았다. 더 이상 전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었던 젠지는 결국 서서히 가라앉았고 세트 스코어 0:2로 전날 T1과의 승부에 이어 2연패를 당하며 홈 그라운드 경기에서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
이번 시합 결과에 대해 젠지의 유상욱 감독은 “홈 그라운드 경기였는데 연패를 해 아쉽고 화도 많이 난다.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내부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는데, 이 부분을 하루 빨리 대비해서 남은 경기들을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소극적으로 나간 부분도 있고, 상대가 실수를 했음에도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밴픽에서도 그렇지만 소통에 있어서도 원활하지 못했던 게 패인이다.”라면서 평가를 남겼다.
한편 연이은 상승 기류를 타고 있는 DK의 김대호 감독은 “강팀인 젠지를 상대로 홈 그라운드에서 승리해서 좋다. 속도전에 대한 해석이 승리의 비결이라 보고, 상대방의 타이밍을 잘 파악해서 엇박자를 유도하며 유연하게 움직여 승기를 가져왔다.”라고 소감을 전하면서, “젠지를 상대로 딱히 준비하기보다 그동안 팀이 갖춰온 것을 계속 살리고자 했다. 젠지가 좋아할 만한 구도나 판 설계를 유도하면서 전략을 구상했고, 개인적으로 오형석(Career) 선수가 속도전과 상대의 리듬을 흐트러뜨리는데 있어 이번 경기의 MVP였다고 생각한다.”면서 공을 치하했다.
이날 경기 결과로 젠지는 14승 6패의 전적에 따라 KT 롤스터에 밀려나며 레전드 그룹 4위로 내려 앉았다. DK는 13승으로 여전히 젠지의 승수를 넘지 못해 5위에 머물러 있지만, 오는 8월 6일 T1과의 시합에 이어 9일 있을 KT 롤스터와 대결 결과에 따라 순위 상승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글 이광선 | 사진 WV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