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모터스포츠 대회인 ‘오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이하 슈퍼레이스)’의 GTA클래스 3라운드에서 정원형(비트알앤디)이 21분 57.911초만에 총 11랩을 가장 먼저 돌아 체커기를 받아들면서 개인통산 4번째 우승과 함께 포인트 리더의 버팀목을 더욱 굳건히 세웠다.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인제스피디움(L=3.908㎞)에서 슈퍼레이스가 열린 지난 7월 18일은 일 누적 강수량이 147㎜에 달하며 호우주의보가 발령되는 악천후 속에 경기가 치러졌다. 같은 날 예정된 알핀클래스와 금호 M클래스는 안전 문제로 인해 예선이 취소되기도 했으나, 다행히 GTA클래스 예선에 임박해서는 빗줄기가 줄어들면서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비록 빗줄기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젖어있는 노면에서 손지완(이고레이싱)이 1분 54.959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고, 이어 이동호(메르카바)가 1분 54.712초의 랩타임을 보이며 손지완을 제치고 최상위에 올라서며 앞서 라운드의 불운을 털어내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2라운드에 GTA클래스 첫 우승을 차지했던 안경식(비트알앤디)이 0.3초여 기록을 앞 당기며 선두를 빼앗았고, 이에 질세라 문세은(비엠피 모터스포트) 또한 1분 54.026초를 기록하며 치열한 선두 다투을 벌였다. 13위에 머물러 있던 한민관(브랜뉴레이싱)도 1분 54.658초의 기록과 함께 3그리드를 예약했고, 곧이어 정원형이 1분 53.548초의 랩타임을 남기며 폴 포지션을 차지했다.
결승에 앞서 공개된 그리드는 시작 전부터 흥분을 불러 일으켰다. 3경기 연속 폴 포지션을 차지한 정원형을 위시로 2그리드 문세은, 3그리드 한민관, 4그리드 안경식, 5그리드는 이동호가 자리했고 비엠피모터스포트의 기대주 김시우가 6그리드에 포진하며 스타트와 함께 펼쳐질 치열한 스피드의 격전을 예고했다.

18번째를 맞이하는 나이트레이스로 진행된 GAT클래스는 잠시 그쳤던 빗줄기가 다시 거세지면서 포메이션 랩과 동시에 적기가 발령되며 시작부터 난항을 겪어야 했다. 드라이타이어로 그리드에 올랐던 차량들은 적기 발령과 함께 웨트타이어로 교체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4랩이 차감돼 결승이 13랩으로 단축됐다.
준비를 마치고 진행된 스타팅 랩에서 채 예열이 충분치 않았던 안경식의 차량이 제어를 잃고 오버스티어가 나면서 이동호의 차량과 충돌, 이후 미끄러지면서 3번 코너 배리어와 또 한 차례 충돌하는 큰 사고가 나면서 두 번째 적기가 발령됐다. 공중에 뜬 채 4회전을 할 정도의 큰 사고였으나 다행히 안경식은 자력으로 차량에서 걸어나와 구급차에 탑승했고, 이후 병원으로 후송되어 검사를 진행한 결과 큰 부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랙에 남은 잔해 제거와 혹시나 모를 누유 여부의 점검으로 경기가 지연되면서 경기는 다시 11랩으로 줄어들었고, 이어진 재스타트에선 앞서의 사고로 긴장한 선수들이 다소 조심스럽게 주행을 펼치며 정원형이 다소 수월하게 선두를 지켜낼 수 있었다.
첫 랩을 돌아나온 2랩차, ‘GT 월드 챌린지 아시아’에서 수중전 경험을 쌓은 한민관이 주저하지 않고 문세은을 추월하며 2위로 올라섰고, 4위로 밀려난 문세은은 앞서 달리던 안도현(브랜뉴레이싱)이 스핀하면서 자칫 충돌로 이어질 수 있었으나 재빠른 반사신경으로 사고 없이 피해 나가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고를 피해나간 행운에도 불구하고 문세은의 차량이 트러블을 일으키며 순위가 크게 떨어져 내렸고, 팀 메이트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시우가 3위로 한민관을 쫓으며 경합을 펼쳐보였다. 앞서 달리는 한민관 또한 2.392초 차이를 두고 정원형을 쫓으며 얼마 남지 않은 랩에서 추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쏟으며 스퍼트를 올렸다.
결승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한민관의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져 추격의 불씨가 꺼져가는 모습을 보인 반면, 정원형은 꾸준한 랩타임을 유지하면서 선두를 지켜 나갔다. 갑작스런 수중전 전개와 두 번의 적기, 팀 메이트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정원형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레이스를 펼쳐 보이며 시즌 두 번째 우승과 함께 총 65포인트를 모아 포인트 리더 자리를 지켜냈다.
한편 1, 2라운드에서 연속 리타이어를 겪었던 이동호는 이번 라운드야 말로 우승 후보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절치부심 했으나, 뜻하지 않은 사고에 휘말리며 다시 한번 완주에 실패해 시즌 중반에 이르기까지 포인트를 한 점도 얻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정원형에 이어 2위로 한민관이 결승선을 지나며 종합순위 3위로 크게 뛰어 올랐다. 총 20점으로 7위에 머물러있던 한민관은 예선 포인트 1점과 완주 1점, 결승 점수 18점을 더해 총 40점을 확보하며 종합순위 2위의 김시우(42점)와 2점 차이로 시즌 하반기를 맞이하게 됐다.
김시우 또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됐다. 정원형과 포인트 격차가 20점까지 벌어졌으나, 오는 4라운드에서 정원형은 석세스 웨이트 50㎏을 얹고 시즌 두 번째 나이트레이스를 달려야 하는 반면 김시우가 받는 석세스 웨이트는 20㎏에 불과해 다음 라운드 역전까지도 기대해 볼 만 하다.
한편 지난 2라운드 불운을 딛고 우승을 차지한 정원형은 “변덕스런 날씨에도 팀에서 잘 대처해줘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정경훈 대표님이 직접 찾아와 유리창을 닦아주는 모습에 감동했고, 꼭 이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안경식 선수의 사고 소식을 경기 끝난 후에야 전해들었는데, 같은 팀원으로써 우승이 마냥 기쁘진 않다. 다행히 두 번의 적기로 인해 랩 수가 줄어들면서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글 이광선 | 사진 정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