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GT 월드 챌린지 아시아(이하 GTWCA)’가 일본 오카야마 인터내셔널 서킷(L=3.703㎞)에서 7라운드와 8라운드를 연달아 개최하며 후반기 챔피언십 경쟁에 돌입했다. 이번 오카야마 주간은 변화무쌍한 기상 조건과 오프닝 랩 사고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연달아 발생하며 시즌 개막 이후 굳건했던 챔피언십 선두 자리가 뒤바뀌는 결정적인 분수령이 되었다.
8월 22일(토)에 치러진 7라운드에서는 급변하는 트랙 환경 속에서 타이어 전략이 승부를 갈랐다. 경기 초반은 폴 포지션에서 출발한 앱솔루트 레이싱 팀의 샌디 스투빅(Sandy Stuvik)과 아카쉬 낸디(Akash Nandy)가 주도권을 쥐었다. 스투빅은 2위 청 콩푸(Cheng Congfu)의 아우디를 상대로 6초 이상의 안정적인 격차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전체 레이스의 4분의 1 지점을 지나면서 트랙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슬릭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던 하지크 자이렐 오(Haziq Zairel Oh)와 송 지아준(Song Jiajun)이 각각 1번 코너 타이어 월과 그래블 트랩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며 풀 코스 옐로(FCY)가 선언됐다.
FCY 발령 시점은 공교롭게도 의무 피트 스톱 창구가 열리는 타이밍과 맞물렸다. 빗방울이 잠시 굵어지자 선두를 달리던 스투빅은 팀에 웨트타이어 교체를 요청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노면 상태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다수의 팀은 슬릭타이어를 유지하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앱솔루트 레이싱의 선택은 치명적인 오판으로 드러났다. 앱솔루트 레이싱은 이어지는 세이프티 카 상황이 끝나기 전 낸디를 다시 피트로 불러들여 슬릭타이어로 재교체했으나, 이미 순위는 10위권 후미로 추락하고 말았다.

반면 첫 번째 피트 스톱에서 슬릭타이어를 유지하며 낸디를 앞질렀던 유 쿠아이(Yu Kuai)는 여유롭게 선두를 차지했다. 낸디가 타이어를 다시 바꾸기 위해 피트 인하자, 타카유키 아오키(Takayuki Aoki)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아츠시 미야케(Atsushi Miyake)가 2위로 올라섰고, 그 뒤를 유 카이슌(Liu Kaishun)의 하모니 페라리, 엘리아스 세포넨(Elias Seppänen)의 메르세데스-AMG, 닐 베르하겐(Neil Verhagen)의 BMW가 뒤따랐다.
선두권 두 대가 격차를 벌리는 사이, 팩토리 드라이버들의 매서운 추격전이 전개되었다. 5위에서 리스타트를 맞이한 베르하겐은 특유의 추월 능력을 앞세워 세포넨과 유 카이슌을 차례로 제치며 3위로 올라섰고, KRC BMW와 루안 춘판(Ruan Cunfan)에게 Over-all 포디엄의 마지막 자리와 프로-암 클래스 우승을 안겨줬다. 오리지네 포르쉐의 라우린 하인리히(Laurin Heinrich) 역시 경기 초반 알레산드로 기레티(Alessandro Ghiretti)를 제압한 뒤 무서운 페이스로 5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결국 대열을 이끌었던 Silver 클래스의 유 쿠아이는 미야케를 2초 차로 따돌리며 청 콩푸와 함께 시즌 두 번째 종합 우승을 달성했다. GTO 위드 KRC 소속의 브라이언 리(Brian Lee)와 막심 오스텐(Maxime Oosten) 조는 Silver-AM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으나, 유 카이슌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접촉으로 인해 경기 후 2그리드 강등 페널티를 받았다. AM 클래스에서는 클라이맥스 레이싱의 세티아완 산토소(Setiawan Santoso)와 저우 비 황(Zhou Bi Huang) 조가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포인트 리더였던 황 루오한(Huang Ruohan)과 알레산드로 기레티는 8위에 그쳤고, 이로 인해 4점 차로 뒤쳐진 채 주말을 시작했던 루 웨이(Lu Wei)가 4점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서며 올 시즌 처음으로 챔피언십 리더가 바뀌었다. 초반에 웨트타이어를 장착했다가 다시 슬릭으로 바꾼 안드레스 파토(Andrés Pato)와 잭슨 에반스(Jaxon Evans) 조는 9위를 기록했으며, 앤서니 리우(Anthony Liu)는 타이어 펑처로 인한 첫 랩 피트 스톱에 따른 페널티와 석세스 페널티 10초가 겹치며 12위에 머물렀다.

이튿날인 23일(일) 오전에 펼쳐진 8라운드는 0.089초 차이로 승부가 갈린 역대급 접전이자 루 웨이의 독주 체제를 알리는 무대였다. 폴 포지션에서 출발한 아우디 스포츠 아시아 팀 팬텀의 안드레스 파토와 잭슨 에반스는 루 웨이와 라우린 하인리히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시즌 첫 승을 합작했다. 이로써 아우디 진영은 오카야마에서 펼쳐진 두 번의 레이스를 모두 쓸어 담았다.
결승 레이스는 오프닝 랩 3번 코너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로 시작부터 요동쳤다. 코스를 벗어난 후 복귀하던 닐 베르하겐의 BMW와 아이한잔 귀벤(Ayhancan Güven)의 포르쉐 사이에 5ZIGEN 닛산이 끼이면서 혼전이 벌어졌다. 속도를 줄인 닛산을 피하려고 급제동하는 과정에서 기레티와 아카쉬 난디가 휘말렸고, 이어진 도미노 현상으로 클라우스 바클러(Klaus Bachler)가 벽에 충돌했다. 이 연쇄 충돌로 인해 기레티의 앱솔루트 포르쉐는 초반 리타이어를 피하지 못했고, 사고를 유발한 베르하겐에게는 10초 시간 페널티가 부과되었다.
짧은 FCY 이후 에반스, 오스텐, 하인리히, 귀벤, 유 쿠아이 순으로 상위권이 형성되었다. 에반스는 피트 스톱 직전까지 안정적으로 선두를 유지하며 2.6초의 격차를 벌린 채 팀메이트 파토에게 바통을 넘겼다. 하인리히에게 운전대를 넘겨 받은 루 웨이는 무서운 속도로 선두 파토를 맹추격했고, 3위 리가 앤서니 리우의 공세를 방어하느라 고전하는 사이, 선두 두 대는 후속 그룹과의 간격을 벌리며 일대일 진검승부에 돌입했다.
파토의 뒤를 바짝 쫓던 루 웨이는 경기 종료 5분을 남겨두고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을 기회로 삼았다. 마지막 랩 최후의 순간, 두 번째 코너에서 안쪽을 파고드는 언더 앤 오버를 시도해 아우디의 방어 라인을 유도했고, 이는 파토의 마지막 코너 탈출 가속을 무너뜨렸다. 탈출 트랙션에서 우위를 점한 루 웨이가 메인 스트레이트에서 맹렬한 드래그 레이스를 펼쳤으나, 파토의 R8이 결승선을 불과 0.089초 차이로 먼저 통과하며 우승을 지켜냈다.

GTO 위드 KRC의 브라이언 리는 앤서니 리우의 집요한 압박을 완벽히 방어해내며 종합 3위와 함께 주말 더블 Silver-AM 우승을 확정 지었다. Silver 클래스 우승은 종합 5위로 들어온 하모니 레이싱의 첸 위안(Chen Weian)과 유 카이슌 조에게 돌아갔으며, AM 클래스는 오리지네의 왕 종웨이(Wang Zhongwei)와 리우 항청(Liu Hangcheng) 조가 차지했다. 예선 11위에서 출발한 리 리차오(Li Lichao)와 세포넨은 6위까지 도약해 클라이맥스 레이싱에 귀중한 포인트를 안겼다.
석세스 페널티를 안고 달린 전날 우승자 청 콩푸와 유 쿠아이는 8위를 기록하며 챔피언십 포인트를 추가했다. 반면 주말 전까지 포인트 리더였던 황 루오한과 기레티 조가 1랩 사고로 노포인트에 그치면서, 2위를 차지한 루 웨이는 포인트 격차를 단숨에 22점 차로 벌리며 챔피언십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2026 GTWCA’는 오는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중국 베이징 스트리트 서킷에서 9라운드와 10라운드가 개최된다.

글 이재희 | 사진제공 GTWCA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