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모터바이크 대회를 표방하는 전 한국로드레이스 챔피언십(All Korea Road Race Championship, 이하 AKRC)의 2025년 시즌은 비약적인 양적 성장을 보여주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처음 대회를 창설한 2023년 1라운드에 참가한 바이크와 선수가 39대였으나, 이번 2025년 최종전에는 총 83대의 바이크, 76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며 2년 사이에 2배 가까운 양적 성장을 이끌어냈다.
이와 함께 참가 클래스의 다변화 또한 도모했다. 처음 대회가 열릴 때는 단 6개 클래스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내셔널클래스와 슈퍼클래스 크게 두 그룹에 대해 총 10개 클래스로 구성하여 보다 동등한 조건에서 경기를 치룰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AKRC를 주관하고 있는 한국 모빌리티 그룹(Korea Mobility Group, 이하 KMG)의 성정민 대표는 이러한 노력이 한국 모터스포츠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2025년 시즌 KMG는 모터스포츠, 특히 모터사이클 대회의 저변 확대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가장 먼저 모터사이클 스포츠 연맹(Federation Of Motocycle Sports, 이하 FOMS)과 대한 로드레이싱 팀 협회(Korea Road Racing Team Association, 이하 KRTA)와 상호 협력을 통해 대회의 질적 성장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공정한 규정을 제정하고 프로대회에 걸맞는 심사 프로세스를 구축하여 대회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애썼다.
이어 모터스포츠 대중화를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트랙데이의 운영과 Legend Cup, OHVALE GP7 Cup 등 더 많은 라이더들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그 결과로 선수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트랙데이 운영을 통해 선수들은 한 번이라도 더 서킷에 익숙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자주 달려본 경기장에서 시합한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50세 이상만 참가할 수 있는 Legend Cup, 튜닝없이 OHVALE GP7 단일 기종만으로 시합하는 원 메이크 클래스를 신설해 참가자의 부담을 줄이고 입문 난이도를 대폭 낮춤으로써 일반인들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라이더의 연령대를 크게 확대했다.
“특히 OHVALE GP7 CUP은 올 시즌부터 주최하고 있는 ‘2025 FIM MiniGP NEA’와 연계하여 향후 국제대회와 연결하기 위핸 프로그램을 계획 중에 있다. 이를 통해 유소년 라이더의 육성을 위한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하여 한국 모터바이크의 저변 확대를 꾀하는 것이 목표다.”라며 성정민 대표는 KMG가 추구하는 모터스포츠 대중화의 궁극적인 목표를 전했다. 더불어 현재 운영대행을 맡고 있는 영암 국제자동차 경주장(Korea International Circuit, 이하 KIC)의 국제 모터사이클 연맹(Federation Internationale de Motocyclisme, 이하 FIM) 인증을 통한 국제대회 조성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FIA에서 공인한 국내 유일의 Grade 1 서킷인 KIC의 상설코스가 FIM 인증을 득하게 되면 중국 등에서 치러지는 아시아권 대회들과 협력하여 국내 유치 또한 가능하다는 것이 성정민 대표의 설명이다. 충청북도 증평군에 위치한 벨포레 모토아레나에서 개최된 2025 MiniGP NEA가 첫 대회라는 점에서 다소 빈약하긴 했으나 국내에서 처음으로 치러진 FIM 인증 대회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두고 있으며, 내년에는 규모를 더욱 확장해서 아시아 대회 등 타 지역대회와 연계하여 발전을 꾀하고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KIC 운영관리와 각종 대회를 주최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모터스포츠 대회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과 16년째를 맞이하는 KIC의 유지관리에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도 ‘역사는 개척자를 기억하지 정복자를 기억하지 않는다’라고 종종 이야기 한다. 어려움은 있지만 그럼에도 이를 극복하고, 합리적인 방법이라면 편견을 갖지 않고 그 길을 택하고자 노력중이다.”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성정민 대표는 최근 국내 카트 대회에서 선발된 국가 대표가 ‘2025 Asia Pacific Motorsport Championship’(이하 APMC)에 출전한 사례를 들며, 바이크 부문에서도 이러한 프로세스를 시도 중에 있고 이태리의 OHVALE와 진행중인 협의를 통해 내년 후반기에 대회를 개최하고자 시도 중임을 전했다. 이어 2027년에는 국제 자동차 대회와 바이크 대회를 통합으로 치루면서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밑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FIM의 ASN(National Sporting Authority)을 얻고자 노력 중이다.
지난 10월 초 KIC에서 개최된 ‘2025 전남 모터페스티벌’을 통해 전라남도 지역 축제로의 가능성을 발견한 성정민 대표는 단순히 바이크에 국한하지 않고 자동차와 바이크가 어우러진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해법을 찾았다. 그 일환으로 해외 유명 대회의 오거나이저와 프로모터를 만나면서 앞으로의 마스터 플랜을 그려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FIM으로부터 ASN 승인이 절실하다. 글로벌 대회를 주관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이러한 계획서를 KIC 소유 주체인 전라남도에 전달했으나 조건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녹녹치만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장기적인 비전과 과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단기적 성과를 요구하는 전라남도의 입맛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나 참여해야 할 팀들과의 협상과 같이 넘어야 할 과정이 산적해 있다.
또한 국내 온로드 모터스포츠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경기장 중 KIC는 물리적으로 가장 불리한 입장이다. 그럼에도 이를 상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자연적으로 대회를 끌어들이고, 팬들을 모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경기장과 가까운 무안공항을 활용하고 경기에 필요한 차량과 장비들의 물류운송에서 필요한 통관과 같은 부분에서 메리트를 제공한다면 국제 대회 유치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글로벌 대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다져야 할 또 다른 개선점으로 성정민 대표는 다시 한번 대중화를 꼽았다. 지금까지 일반인의 대회 참가를 유도하는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다면, 앞으로는 선수가 아닌 관람객들에게 모터스포츠를 전파하는 대중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 첫 시도로 관람 편의시설의 확충과 즐길거리를 제공하여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어냈다. 참가대수가 늘어나면서 대회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늘어나면서 더 많은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게 됐다. “이제 더 이상 동호회 수준의 대회가 아니라 진정한 프로대회로 거듭나고 있다. 가장 권위있는 모터사이클 대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만큼 위상에 걸맞는 관람 인프라 또한 요구된다.”라며 지향할 바를 밝혔다.
최근 F1영화로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슈퍼레이스와 같이 대기업의 후원이 없는 상황에서 관람객이 부족한 대회의 후원사 유치는 수월치 않은 게 사실이다. 설사 단발성의 후원은 가능할지 몰라도 지속적인 스폰서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람객이 늘어나야 한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 AKRC가 단순히 모터스포츠 대회에 그쳐서는 안되고 문화예술이나 공연 등과 접목한 엔터테인먼트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 내년 시즌에는 1코너의 스탠드 석을 관람석으로 개방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라며 계획을 밝혔다.
당초 KMG가 생각한 관람객은 목포나 남악 지역의 거주민 정도였으나, 내년 부터는 광주광역시까지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홍보 타겟의 인구나 도시 면적을 생각하면 홍보비의 증가는 지금까지와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증가하겠지만, 이제 그 정도의 관람객이 찾아올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생각한다. 전남 모터페스티벌이나 전남GT를 치르면서 모니터링 해 본 결과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도가 생각보다 높았고, 이를 잘 활용한다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라고 비전을 그리고 있는 성정민 대표는 비록 본인과 KMG 직원들이 힘들지라도 우리나라 모터스포츠의 발전을 선도한다는 사명감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각 지자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지역 축제를 개발했고,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해 갖가지 시도를 하면서 관람객들의 눈높이 또한 많이 높아졌다. 전라남도에서 바라는 실적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지역축제와는 차별화 된, KIC에서만 즐길 수 있는 축제의 개발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카오GP와 같은 오랜 역사를 가진 대회를 벤치마킹하고, 숙박, 관광, 스포츠가 어우러진 복합축제를 기획하기 위해 다각적인 시도를 펼치고 있으며 KIC의 활용 방안 또한 회의장, 전시장 등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모색하고 있다.
KIC의 운영대행을 맡은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부분에 대해 시스템의 개선을 손 꼽는다. 모터스포츠 경기장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위해 계측 시스템의 정비와 노후된 인프라의 교쳬가 우선이지만 베뉴의 규모 자체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이를 위한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경기장을 찾은 관계자들은 관람석이나 안전시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점 또한 산적해 있기에 단계적 플랜에 따라 순차적으로 해결할 계획이라며 개선 대책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2025 AKRC 최종 라운드를 마친 선수들은 포디엄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시즌을 끝을 축하하고 있었으나, 시상을 마친 성정민 대표는 이튿날 예정된 중국 GCIC 경기장 관계자와 국제 카트대회 담당자들과의 미팅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며 이미 2026년 시즌을 스타트하고 있었다.
글 이광선 | 사진 WV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