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원메이크 레이스 ‘2026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아시아(이하 LSTA)’의 3번째 라운드가 오는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일정으로 일본의 상징적인 서킷 후지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L=4.563㎞)에서 개최된다. 말레이시아 세팡과 중국 닝보를 거치며 뜨겁게 달아오른 이번 시즌은 총 6라운드 여정 중 정확히 반환점을 도는 길목인 일본에서 가장 성스럽게 여겨지는 후지산(해발 3,776m)을 배경으로 또 한 번의 진검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최고출력 620마력을 뿜어내는 ‘람보르기니 우라칸 슈퍼 트로페오 EVO2’의 V10 엔진들이 후지 스피드웨이의 고속 서킷에서 포효하게 된다. 특히 후지 서킷은 세계에서 가장 긴 직선 주로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후반부에는 테크니컬한 17개의 코너가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경주차의 에어로 다이내믹 셋업과 드라이버의 정교한 브레이킹 기술이 승부를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손 꼽힌다.
이번 일본 라운드는 시즌 전반기를 마감하고 후반기 챔피언십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상위 클래스인 PRO 클래스의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는 현재 리더보드 최상단을 지키고 있는 ‘배트모바일 레이싱(Batmobile Racing)’의 윌리엄 트레구르타(William Tregurtha)가 보여줄 디펜딩 플랜이다.
개막전 단독 드라이버로 출전해 깜짝 우승을 차지했던 윌리엄은 지난 2라운드 닝보 대회에서 모나코 출신의 실력파 조나단 세코토(Jonathan Cecotto)와 완벽한 원투 펀치를 결성하며 닝보 서킷의 더블 우승을 싹쓸이했다. 이번 후지 라운드에서도 윌리엄과 조나단의 강력한 동갑내기 듀오가 다시 뭉쳐 챔피언십 포인트 격차를 벌리기 위한 화력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2위 그룹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빈첸초 소스피리 레이싱(VSR)’의 리암 스킷(Liam Sceats)과 구스타우 위스니에프스키(Gustaw Wiśniewski)는 합산 나이가 38세에 불과한 무서운 10-20대 신예 조합으로, 현재 선두 트레구르타를 단 8점 차이로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종합 3위에 랭크된 ‘람보르기니 분당 바이 레이스그래프(Lamborghini Bundang by Racegraph)’의 피터 리 지콩(Peter Li Zhicong)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된다. 미국인 영건 타이투스 셜록(Titus Sherlock)과 호흡을 맞추며 올 시즌 4번의 레이스 중 3번이나 포디엄에 오른 리 지콩은 지난 시즌 후지 개막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어 이번 후지 서킷 시합에서 가장 위협적인 다크호스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PRO-AM 클래스는 ‘빈첸초 소스피리 레이싱(VSR)’ 소속의 크리스 반 데어 드리프트(Chris van der Drift)와 토드 킹스포드(Todd Kingsford)가 써 내려가고 있는 압도적인 연승의 지속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이들 듀오는 이번 시즌 치러진 모든 레이스에서 클래스 우승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완벽한 무패 행진을 기록하며 막강한 우승 후보로 군림하고 있다.
이들의 독주를 막기 위해 ‘배트모바일 레이싱’의 말레이시아 듀오이자 슈퍼 트로페오의 떠오르는 스타 푸테라 무아잠(Putera Mu’azzam), 그리고 베테랑 쿠마르 프라바카란(Kumar Prabakaran)이 도전장을 던진다. 또한 이번 라운드에는 한국의 ‘SQDA-GRIT Motorsport’가 이번 일본 라운드를 통해 전격적으로 시리즈에 출사표를 던졌다.
SQDA-GRIT Motorsport는 2024년 AM 클래스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고, 지난 시즌에는 단 2점 차이로 PRO-AM 클래스 준우승을 거두며 아시아 무대에서 이름을 날린 바 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의 전윤과 지난해 AM 클래스 4위를 기록했던 인네도네시아의 우마르 압둘라(Umar Abdullah)가 새로운 드라이버 라인업으로 합류하면서 VSR의 독주 체제에 변수로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AM 클래스는 팀 동료 없이 50분간의 레이스를 단독으로 수행해야 하는 두 베테랑 드라이버들의 자존심이 걸린 타이틀 매치로 압축된다. 현재 스코어에서는 3번의 클래스 우승을 몰아치며 10점의 리드를 확보한 ‘트루 비전스 모터스포츠 타일랜드(True Visions Motorsports Thailand)’의 디펜딩 챔피언 수틸럭 분차로엔(Suttiluck Buncharoen)이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캄 룽 레이싱(KAM LUNG Racing)’의 베르트람 라우(Bertram Lau) 역시 만만치 않은 기량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올 시즌 잔여 레이스가 총 8번이나 남아 있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가시권 점수 차인 만큼, 라우는 이번 후지 라운드부터 분차로엔의 실수를 유도하며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포인트를 뺏어오겠다는 각오다.

가장 치열하고 촘촘한 점수 박빙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람보르기니 컵(LC) 클래스다. 디펜딩 챔피언 수파차이 위라보원퐁(Supachai Weeraborwompong)이 시즌 3승을 거두며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지난 2라운드 닝보 대회에서 예상치 못한 리타이어를 기록하며 독주 체제에 치명적인 균열이 생겼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람보르기니 분당 바이 레이스그래프’의 제럴드 고(Gerald Goh)와 테렌스 체(Terence Tse)가 포인트를 무섭게 좁히며 현재 단 8점 차이로 위라보원퐁의 챔피언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닝보 라운드에 결장했던 ‘람보르기니 부산 바이 레이스그래프’의 스티븐 치안(Steven Chian)이 다시 복귀해 상위권 포인트 사냥에 나서며 클래스 판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예정이다.
더불어 ‘람보르기니 부산 바이 레이스그래프’ 팀은 이번 라운드에 일본 현지 드라이버인 유고 타나베(Yugo Tanabe)를 추가로 투입하며 2대 체제로 라인업을 확장했다. 지난 시즌 한국의 인제스피디움에서 인상적인 레이스를 펼쳤던 타나베가 자신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후지 서킷에서 어떤 홈 코스 이점을 살려 이변을 연출할지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전반기 챔피언십의 종착지이자 후반기 대반격의 시발점이 될 후지 라운드에서 과연 누가 황금빛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웃게 될지, 아시아 모터스포츠 팬들의 시선이 일본 후지 스피드웨이의 그리드로 향하고 있다.

글 이재희 | 사진제공 LSTA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