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클래스에서 정경훈(비트알엔디)이 시즌 3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 12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개최된 2025 오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이하 슈퍼레이스)의 GTA클래스에 출전한 정경훈은 숏코스(L=2.538㎞) 총 25랩을 36분 0.9초만에 완주하며 13명의 드라이버들 중에서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아 들었다.
같은 날 치러진 예선까지만 해도 정경훈의 입장은 낙관적이지 못했다. 한낮에 되면서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는 58.4℃까지 치솟았고, 예상보다 높은 노면온도에 적정 공기압을 세팅하기가 쉽지 만은 않았다. 이전 라운드에서 예선 3위를 차지했던 김지원(비트알엔디)이 예선 초반 김민상에 이어 1:24.251을 기록하며 2위까지 올라섰지만, 예선 종료 10분여를 남겨두고 문세은(BMP 모터스포트)이 코스인하면서 분위기가 일변하기 시작했다. 첫 랩을 돌아나온 문세은은 1:24.318로 김지원의 턱 밑까지 쫓아왔고, 이어 두 번째 랩에서는 1:23.874로 0.5초여 기록을 단축하며 선두로 올라섰다. 이 단계에서 이미 에버랜드 숏코스 랩 레코드(1:23.963, 이동호, 2023년 5라운드)는 갱신된 상황이었으나, 이어 안경식(비트알엔디)이 예선 3분여를 남겨두고 1:23.802로 기록을 한 번 더 갱신하며 잠정 폴포지션을 차지했다.
코스에 차량들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다 느지막히 코스에 들어간 정경훈은 타임어택 중 속도가 줄어든 차량들에 발목이 잡히면서 완전한 기록을 수립하는 데 실패했고, 결국 1:23.963의 랩타임으로 문세은에 이어 3그리드에 그치면서 6연속 폴포지션 기록 달성 또한 수포로 돌아갔다.

한여름의 길어진 해는 GTA클래스의 스타트에도 여전히 하늘에 남아있었고, 나이트레이스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환한 상태에서 치러진 결승은 선수들로 하여금 적극적인 경합을 유도했다. 5개의 적색등이 점멸됨과 동시에 스타트 한 정경훈은 앞선 안경식의 인코스를 파고들었고, 문세은 또한 안경식의 좌측에서 나란히 달리며 3대가 동시에 1코너를 진입하는 치열한 장면을 연출했다. GTA클래스에서 첫 폴포지션을 차지했던 안경식은 호된 신고식을 치르며 3위로 내려앉았고, 거칠 것 없이 선두로 앞서나간 정경훈을 뒤따라 문세은이 2위로 올라섰다.
3랩을 맞이하면서 문세은이 초반부터 정경훈을 추월하기 위해 틈을 노렸으나, 노련한 정경훈이 라인을 막아선 후 직선주로에서 간격을 벌려나갔다. 그러나 곧 이어진 코너에서 다시 문세은과 격차가 좁혀지면서 치열한 순위 다툼이 이어졌다. 한편 7그리드에서 출발한 박석찬(브랜뉴레이싱)이 차츰 순위를 끌어올리며 어느 새 3위까지 올라섰고, 한 순간 슬립으로 인해 뒤따르던 김민상(룩손몰)에게 자리를 내어주었으나 침착하게 주행을 이어가며 14랩차에 다시 3위로 순위를 되찾았다.

10여 랩을 남겨두고 안경식의 페이스가 크게 떨어지기 시작해 후위권으로 밀려났고, 박석찬에 추월당한 김민상도 더이상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10초 이상 멀어지며 4위를 유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반면 랩을 거듭하면서 더욱 속도를 높인 박석찬은 문세은에 0.314초 차이로 따라붙으며 마지막 추월의 기회를 노렸다. 문세은은 정경훈을 추격하는 것조차 단념하고 박석찬을 방어하는데 매진했지만, 라스트 랩에서 결국 박석찬이 문세은을 넘어서며 정경훈에 이어 2번째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해 개인통산 11번째 포디엄 기록을 달성했다.
첫 랩부터 경기를 압도했던 정경훈은 올 시즌 2라운드부터 시작된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27점을 더해 총 88점으로 종합 1위를 더욱 굳건히 다졌다. 박석찬에 덜미가 잡히며 18점을 더하는 데 그친 문세은은 67점을 누적하며 2위를 지켜냈고, 같은 팀의 김시우(BMP 모터스포트)가 총 43점으로 한민관(브랜뉴레이싱, 46점)에 이어 종합순위 4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우승을 차지한 정경훈은 “지원해 준 서한GP 김용석 부회장님에게 감사한다. 경기 초반부터 리더로 나갈거라 예상하지 못했는데, 나도 모르게 욕심이 나면서 선두로 나서게 됐다. 계획과 달리 타이어를 많이 쓰게 되면서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백마커를 만나면서 문세은 선수가 따라오지 못하게 된 덕분에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글 이광선 | 사진 정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