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GAMES 돌아보는 ‘지스타 2025’,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도약 준비

돌아보는 ‘지스타 2025’,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도약 준비

by Kwang Sun Lee

지난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지스타 2025’는 21번째 맞이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글로벌 게임쇼로, 나흘간 20만 2천여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이며 막을 내렸다.

일평균 5만여명이 행사장을 찾으며 국내 최대 규모의 게임 행사임을 입증해 보였지만 이번 ‘지스타 2025’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가장 먼저 참여 업체들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가 높다. BTC와 BTB를 합쳐 총 3,269부스가 마련되었다고 하지만 관람객들이 실제로 발걸음한 부스는 제1전시장에 마련된 BTC에 집중되었으며, 그나마도 대형 게임사 중심에 국한되었고 인디게임사나 소규모 게임업체에 대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차이가 컸다.

메인스폰서로 참여한 NC소프트를 비롯해 netmarble, 크래프톤이 전시장을 채우며 체면을 세워주었으나, 넥슨, 카카오게임즈 등 여타의 굵직한 국내 게임 관련업체의 부재는 아쉬움을 남겼으며, 최근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 게임업체를 비롯해 블리자드, 소니 등 유명 해외 게임사들의 불참은 지스타의 규모 축소를 체감하게 했다.

관람객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지스타는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다. 2005년 총 관람객 수 15만 2천여명으로 시작해 2019년 244,309명을 기록하며 최다 방문 기록을 남겼다. 이후 코로나 영향에서 벗어나 행사가 다시 개최되면서 점진적으로 방문객이 늘었지만 코로나 이전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올해는 2024년 대비 관람객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비록 지스타를 찾는 발길은 줄었으나, 지스타에서 보여준 게임 유저들의 관심과 참여도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전의 지스타는 20대 전후의 방문객으로 채워져 있었다면, 이번 행사에서는 다양한 연령층의 참여를 통해 가능성 남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더불어 이들은 스스로 지스타의 공간을 채우고, 새로운 게임 축제로서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스타 조직위원회와 게임 업체들이 제공하는 게임 시연 등에 국한해 참가하던 분위기에서, 코스프레어와 인플루언스들이 만들어가는 인터넷 방송, 숏츠, 챌린지 등 게임 매니어 스스로가 즐기는 만들어 낸 콘텐츠로 비어있던 벡스코의 광장을 채워내던 장면은 지스타의 정체성에 질문을 던지게 해준다.

최근 게임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게임 행사를 개최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넥슨은 ‘블루 아카이브 페스티벌’을 4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는 자체 IP로 구성된 ‘호요랜드’를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개최했다. 블리자드는 매년 온오프라인을 통해 ‘블리즈컨’을 열고 있으며, 크래프톤과 라이엇 게임즈는 e-sports 행사를 통해 이용자들과의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대형 게임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게임을 소개하고, 이용자의 시연을 통한 피드백 창구를 개설하고 있는 여건 속에서 지스타는, 당초 본연의 목적이 바이어들에 대한 게임 소개와 수출이었다는 점, 그리고 게임 시연을 통해 유저들의 반응을 미리 타진하고 피드백을 통해 더욱 완성도 높은 게임의 개발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행사의 성공 여부를 재검토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는 것이 활로라고 사료된다.

지스타가 가지는 위상과 무게감은 가볍지 않다. 20여년간 대한민국 게임계의 한 축으로서 흐름을 이어온 지스타는 새로운 게임 문화와 함께 새로운 직업과 일거리를 창출하며 지역 산업의 흐름에도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지스타가 2009년부터 부산에서 열리면서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과 해외 바이어들로 벡스코 일대의 상권은 크게 융성할 수 있었고, 이와 더불어 관광 산업의 진흥에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과거 게임 캐릭터로 분해 지스타의 무대를 채우던 에이빙 모델은 이제 전문 코스프레어로 바통이 넘겨졌고, 무대를 벗어나 전시장 안팎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아마츄어 코스어들의 퀄리티도 이에 비추어 부족함이 없다. 나흘간 행사 운영을 위해 고용되는 보안요원과 스텝들의 규모가 약 2,000여명에 이른다는 점은 지역 경제에 있어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 부산시가 지스타의 유치를 위해 여러모로 애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듯 지스타의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파급효과로 인해 이번 ‘지스타 2025’에도 다수의 정치인과 기업인이 방문해 행사를 독려하고 지원을 공언했다. 그러나 정작 지스타 행사의 본질에 대한 이해 정도는 미지수라고 여겨진다. 지스타에 참여해야 할 게임개발사와 유통사들에 대한 지원도 불분명하고, 지출하는 비용에 비해 받아갈 수 있는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방문객들에 대한 혜택도 줄었다. 수도권 등 원거리에서 찾아오는 이들을 위한 고속철도나 항공 연계 할인 혜택도 거의 없었고, 부산역에서 벡스코까지 운행하던 셔틀버스도 사라졌다. 접근성과 편의성이 떨어지면서 줄어든 관람수요는 게임업체의 참가를 주저하게 만들게 된다. 수도권에서 개최되고 있는 ‘Play X4’나 GTX 개통으로 인해 접근성이 향상되며 최근 4년동안 11.9%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Anime×Game Festival’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지스타는 부진의 늪을 벗어나기 힘들 수 있다.

지스타에 필요한 것은 다양해진 국내 게임 전시회의 시장 변화를 인지하고, 정체성에 맞는 행사 기획과 운영을 도모하는 것이라 평가된다. ‘플레이X4’가 콘솔게임 중심의 행사로, ‘AGF’는 서브컬쳐 위주의 행사로 방향을 잡고 있기에 PC게임과 모바일 게임 장르의 게임 행사는 아직도 지스타의 지위가 독보적이다. 또한 해외 게임 산업과의 교류에 있어서도 지스타만이 가능한 역할이 남아있다는 점은 강점이자 기회의 요소이다.

더불어 해외에서 한국 게임에 대한 입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e-sports와 코스프레, 2차 창작물과 같이 파급효과를 견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제 지스타는 단순한 전시회를 넘어 부산시에서 개최되는 정기적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모이는 게임 팬들이 마음껏 즐기는 페스티벌로 거듭날 수 있다면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게임 행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글 이광선 | 사진 WVZINE

Related Articles

제호 웨이브진  |  발행인 정인성  |  편집인 이광선  |  등록번호 경기 아 54292  |  대표전화 050.6926.9520

등록일 2025.01.21  |  발행일 2025.02.14  |  청소년보호책임자 정인성  |  Contact us: wvzinekr@gmail.com

경기도 부천시 석천로 178번길27

COPYRIGHT © 2025 WVZine All rights reserved.